2025년 10월 31일(금)

생명 같은 새벽배송 중단된다?... 민주노총 '이 주장'에 자영업자·시민들 '공포'

"새벽배송이 사라지면 아침 장사도 끝입니다"


서울 강동구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이주현(27) 씨는 요즘 뉴스를 볼 때마다 한숨이 깊어집니다. 그는 "매일 새벽 5시 전 쿠팡에서 도착하는 우유와 빵 재료가 하루 장사의 생명줄"이라며 "그게 끊기면 아침 7시 문을 열 수 없다. 마트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면 손님을 놓친다"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또 "동네 마트는 유통단계를 한번 더 거치기 때문에 가격이 더 비싸다. 시간적으로도, 비용적으로도 손해"라며 "손님까지 놓치니 고통이 더 크다"고 성토했습니다. 


2025-10-29 10 36 42.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최근 '새벽배송 전면 금지'를 공식 제안하면서, 자영업에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또 일상의 균형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단순한 배송 서비스의 중단이 아니라, 새벽배송을 기반으로 움직여 온 자영업과 소상공인 생태계 그리고 일상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는 지난 22일 정부가 주관한 '택배기사 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심야시간대(0시~5시) 배송을 전면 금지하고, 오전 5시와 오후 3시를 기준으로 한 2교대 주간근무제로 전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택배기사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었지만, 사실상 새벽배송 전면 중단을 의미합니다.


이 회의에는 국토교통부와 더불어민주당, 민노총, 쿠팡, 컬리, CJ대한통운 등 주요 기업과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협의체가 법적 강제력을 가지진 않지만, 과거 이 기구에서 논의된 결과가 실제 정책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전례가 있어 이번 논의가 단순 제안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통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있습니다. 쿠팡과 컬리 등 새벽배송 기업들은 이미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을 들여 냉장 물류센터와 자동화 시스템 등 야간 콜드체인 인프라를 구축해 왔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단순한 '빠른 서비스'가 아니라, 물류의 시간대를 완전히 재설계한 시스템"이라며 "이걸 금지하면 국내 전자상거래 물류가 10년 전으로 후퇴하게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노총은 "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일률적으로 심야배송을 없애면 기사들의 수입이 줄고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조사에 따르면, 야간배송 기사 중 56.8%는 "다른 야간 일자리를 원한다"고 답했고, "주간근무로 전환하겠다"는 응답은 25.6%에 그쳤습니다. 교통 혼잡이 덜하고 낮 시간 활용이 가능하며, 수입이 높다는 점이 이유로 꼽혔습니다.


2025-10-29 10 35 40.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논의가 단순한 '노동시간 단축'을 넘어, 소비자·노동자·자영업자의 이해가 충돌하는 복합적인 사회 현안으로 번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새벽배송의 직접적 수혜자는 대기업이 아니라, 새벽 6시부터 장을 열거나 출근 전 식탁을 준비하는 국민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주현 씨처럼 새벽배송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자영업자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직장 맞벌이 부부, 워킹맘, 고령층, 1인 가구 등 새벽배송을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밤 10시에 주문한 생필품이 다음 날 아침 현관 앞에 놓이는 경험은 이미 수천만 명의 생활 습관이 됐습니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박선미(35) 씨는 18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초보 엄마입니다. 그는 "아기가 갑자기 열이 오르면 체온계 밧데리 하나도 급해진다"며 "밤에 주문해 새벽에 도착하는 물건들 덕분에 응급실 가지 않고 버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저귀, 이유식 재료까지 다 새벽배송으로 온다. 분유도 모두 새벽배송을 이용했었다"며 "남편은 야간 근무, 나는 육아 중이라 마트를 갈 시간이 없다. 새벽배송이 없으면 하루가 무너진다"고 했습니다.


박 씨는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을 모르는 탁상논의"라고 했습니다. "밤늦게 쿠팡에서 물품을 주문해 잠에든 뒤 일어나 아침 6시에 물건을 확인한다. 그 몇 시간이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는 생명줄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쿠팡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쿠팡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2024 소비자시장평가지표'에 따르면, 새벽배송은 총점 71.8점으로 40개 생활서비스 가운데 1위를 기록했습니다. 가격의 공정성, 신뢰성, 선택 가능성 등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새벽배송 만족도는 91.8%, 재이용 의사는 99%에 달했습니다. 서비스 미제공 지역 소비자 84%는 "새벽배송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현재 쿠팡 와우회원만 약 1,500만 명, 컬리 유료회원과 정기 이용자까지 합치면 2,000만 명에 달합니다. 쓱닷컴, 오아시스, 네이버까지 포함하면 이용자는 훨씬 많습니다. 새벽배송 중단은 국민 생활 전반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거라는 우려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물류업계는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서비스 지속성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인공지능 기반 스케줄링과 자동 분류 로봇을 도입해 야간 인력을 줄이면서도 새벽배송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0시~5시 금지'가 제도화되면 이러한 개선 노력조차 의미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 양천구에서 식자재를 납품하는 기사 김태수(39) 씨는 "새벽배송이 없어지면 마트 납품도, 카페 납품도 다 밀린다"며 "밤에 도로가 뚫려있을 때 움직여야 시간 안에 맞출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택배노조가 모든 배송을 대표하듯 말하는 건 현장을 모르는 주장이다. 야간 일자리도 노동권인데 왜 그 선택권은 무시하나"라고 반문했습니다.


현재 사회적 대화기구는 연말까지 합의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택배업계는 이번 논의 결과가 내년 초부터 정부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대책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스1뉴스1


한 대형 유통사 관계자는 "노동권 보호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산업 전체를 정지시키는 방향으로 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노동의 안전과 소비의 권익, 두 축이 함께 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카페 사장 이주현 씨는 오늘도 새벽 3시 50분, 택배기사가 두드리는 문 소리에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박선미 씨는 아기 이유식 만들 준비를 하며 현관 앞 상자를 확인합니다. 두 사람의 하루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새벽배송이 멈추면, 그들의 삶도 함께 멈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