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03일(월)

"불면증 개선에 수면제보다 '이것' 섭취해야"... 잠 못자는 원인 밝혀졌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만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수면제나 복잡한 치료법 대신, 일상의 식단 개선만으로도 수면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의과대학과 컬럼비아대학교 어빙 메디컬센터 공동 연구팀이 진행한 최신 연구에서는 과일과 채소, 통곡물 등 복합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한 사람들이 그날 밤 더 나은 수면을 취했다는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붉은 고기나 가공육을 많이 섭취한 날에는 수면 중 자주 깨거나 얕은 잠을 자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번 연구는 수면 건강: 국립 수면재단 저널(Sleep Health: The Journal of the National Sleep Foundation) 10월호에 게재되었으며,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시카고대 당뇨병 연구·훈련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


연구진은 평균 연령 28세의 건강한 미국 성인 34명을 대상으로 여러 날에 걸쳐 식단과 수면 패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모바일 앱을 통해 매일의 식사 내용을 상세히 기록했고, 손목 착용형 활동 추적기를 이용해 객관적인 수면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분석 결과, 과일과 채소 섭취량이 증가할수록 수면 분절 지수가 현저히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수면 분절 지수는 수면 중 깨어나는 빈도와 수면 중단 현상을 수치화한 지표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깊고 안정적인 수면을 의미합니다.


통곡물 등 복합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한 참가자들 역시 더 깊은 잠에 빠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특히 식이섬유와 마그네슘 섭취량이 많을수록 수면이 더욱 안정되는 패턴이 관찰되었습니다.


반면 붉은 고기(소·돼지·양고기 등)와 가공육(햄·소시지·베이컨 등)의 섭취는 수면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첨가당(식품 제조·조리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추가되는 당분)은 수면 질과 특별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카고대 수면센터의 에스라 타살리(Esra Tasali) 박사는 "단 하루의 식단 변화로도 수면 질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볼 수 있었다"라며 "좋은 식습관이야말로 가장 자연스럽고 비용 효율적인 수면 개선법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하루 동안 과일과 채소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권장량인 5컵(400g) 수준으로 섭취한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수면의 질이 평균 16% 향상되었습니다.


참고로 한국인의 하루 과일·채소 권장 섭취량은 500g으로 이보다 약간 더 많습니다.


16%의 수면 질 향상은 단순한 수면 시간 연장이 아닌, 야간 각성 횟수 감소와 깊은 수면(비REM 수면) 비율 증가를 의미합니다.


컬럼비아대 수면·생체리듬연구센터의 마리-피에르 생옹즈(Marie-Pierre St-Onge) 박사는 "많은 사람이 '잠을 잘 자게 도와주는 음식이 있느냐'고 묻는다. 이번 연구는 그 답을 보여준다"라며 "작은 변화가 수면에 영향을 미친다. 더 나은 잠은 우리의 선택 안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과일과 채소에 풍부한 비타민, 미네랄(특히 마그네슘), 항산화 물질이 체내 스트레스 반응과 염증을 완화시켜 신체 긴장을 줄여주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한 통곡물 등 복합 탄수화물은 천천히 에너지를 방출하여 밤새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혈당 안정성은 뇌를 진정시키고 신체를 이완시켜 깊고 지속적인 수면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인사이트Pixabay


반대로 붉은 고기와 가공육에 다량 함유된 포화지방과 나트륨은 위장에 부담을 주고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수면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가공육의 질산염과 보존제 성분은 염증 반응을 유발하여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할 위험성도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잠이 부족하면 건강에 해로운 식습관, 특히 지방과 설탕 섭취량을 높인다'는 기존 연구와 반대 방향인 '건강한 식단이 수면의 질을 높인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