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03일(월)

볼 때마다 속상했던 흰머리, 알고 보니 '암세포'와 싸운 흔적일 수 있다

일본 도쿄대학교 의학 연구소 에미 니시무라 교수 연구팀이 흰머리 발생과 암세포 방어 메커니즘 사이의 연관성을 밝혀낸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6일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Nature Cell Biology)에 흰머리와 피부암(흑색종) 간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논문을 게재했습니다.


기존에는 흰머리가 유전적 요인과 노화, 스트레스, 흡연 등의 외부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에미 교수 연구팀은 암세포를 방어하는 과정에서도 흰머리가 생길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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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모낭 주변에 위치한 멜라닌세포 줄기세포(McSC)가 주기적 재생을 통해 머리카락과 피부에 색소를 제공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자외선 노출과 유사한 화학 물질로 DNA 손상 스트레스를 가한 후 세포 반응을 관찰했습니다.


실험 결과, 일부 세포는 손상에 반응하여 정상적인 자가 재생 과정을 중단하고 성숙한 색소 세포로 변화했지만 곧 소실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머리카락이 본래 색을 잃고 하얗게 변하게 됩니다.


반면 생존한 세포들은 더 많은 유전적 손상을 축적하며 암세포와 유사한 행동 양상을 보였습니다. 특히 자외선B(UVB)와 같은 발암 물질에 노출된 경우, 멜라닌세포 줄기세포는 흰머리로 소실되는 경로보다 분열하여 암세포가 되는 경로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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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일종의 보호 메커니즘으로 해석했습니다. 흰머리 자체가 암을 예방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스트레스로 유도된 세포 분화가 유해 세포로부터 머리카락을 보호하고 색을 잃게 하는 자연 보호 기전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미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동일한 줄기세포 집단이 스트레스 유형과 미세환경 신호에 따라 소실이나 증식이라는 상반된 운명을 겪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흰머리와 흑색종이 관련 없는 사건이 아닌 줄기세포 스트레스 반응의 서로 다른 결과"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