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과학자들이 햄과 베이컨 등 가공육에 포함된 아질산염 보존제의 발암 위험성을 지적하며 정부에 판매 금지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5년 가공육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영국 정부가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자, 과학자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입니다.
가디언은 24일 영국 내 과학자와 보건 전문가들이 '아질산염 반대 연합'을 결성해 영국 보건장관에게 공동 서한을 발송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서한에서 햄·베이컨 제품의 90~95%가 아질산염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담배 포장지와 같은 의무 경고문 표시와 단계적 판매 금지를 촉구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아질산염은 육류의 보존 기간을 늘리고 특유의 분홍빛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는 첨가물입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5년 10월 가공육을 담배, 석면과 동일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습니다. 당시 IARC는 800개 이상의 연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하루 50g의 가공육을 섭취할 때마다 대장암 위험이 18% 증가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질산염 반대연합은 WHO 경고 이후에도 영국이 가공육의 아질산염 사용을 제한하지 않아 지난 10년간 5만4000명의 영국인이 대장암에 걸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로 인한 영국 국민건강보험의 치료비만 30억파운드(5조원)에 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드니 코르페 툴루즈대 식품안전학 명예교수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WHO가 햄·베이컨을 담배·석면과 같은 발암물질로 분류했다는 사실을 모른다"며 "정부는 국민 건강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담배에 '흡연은 사망을 유발합니다'라는 문구가 표시되듯 가공육에도 명확한 경고문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영국 보건사회복지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식품 기준청에 따르면 아질산염·질산염과 암의 연관성은 아직 '결론 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국내에서도 가공육 섭취와 암 발병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습니다.
서울대 예방의학교실(강대희·이효빈), 유방외과(한원식), 식품영양학과(이정은) 공동 연구팀은 도시 기반 코호트연구를 통해 가공육 섭취와 유방암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임상영양학 최신호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2004~2013년 사이 40~69세 여성 7만1264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했으며, 이 중 713명(1%)이 새롭게 유방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조사 결과 햄·소시지·베이컨 등 가공육을 주 1회 이상 먹는 여성은 전혀 섭취하지 않는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병 위험이 57%나 더 높았습니다. 특히 50세 미만 여성에서 이런 경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