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30일(목)

WSJ "한국, 그 돈 어떻게 마련하나... 트럼프에 500조원 주지 말고 차라리 '이렇게'"

미국의 유력 언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요구한 3500억 달러(한화 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22일(현지 시간)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외국인 투자 기금에 관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인 투자 요구가 민간 기업 투자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매체는 "일본과의 MOU 세부 내용을 살펴보기 전까진 투자가 성공처럼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투자는 TSMC가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 같은 민간 기업 투자와는 다르다"고 분석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gettyimagesBank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Bank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하며 상호관세를 15%로 인하하는 조건으로 5,500억 달러(한화 약 770조 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상태입니다.


양국이 체결한 MOU에는 해당 투자금이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국가 안보와 경제에 이바지하는 부분에 투자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일본은 투자금을 45일 이내에 제공해야 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높은 관세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또한 투자 수익 발생 시 미국과 일본은 "정해진 배당액"에 도달할 때까지만 수익을 나누고, 이후에는 미국이 수익의 90%를 차지하도록 합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일본 사례를 근거로 한국에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금을 전액 선불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다국적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의 앤디 라페리에르 은행 정책조사책임이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하며 투자 규모의 현실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매체는 "일본은 MOU에 따라 2028년까지 매년 1,830억 달러(한화 약 261조 원)를 지출해야 하며 이는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 동안 매년 GDP 4.4%에 해당한다.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는 3년간 한국 GDP 6.5%에 해당한다"고 분석하며 "(투자) 약속이 규모가 너무 커서 실현 가능성이 작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인사이트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오전 인천공항 2터미널에서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2025.10.22 / 뉴스1


월스트리트저널은 "차라리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했던 대로 한국과 일본이 거액의 대미 투자 대신 국방 지출을 늘리는 게 더 낫지 않겠나"라며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은 미국에 현재 국방비의 2~3배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셈이다. 도대체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하겠나"라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현재 한국은 GDP의 2.3%를, 일본은 1.8%를 국방비에 지출하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는 지난 6월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들이 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인하 대가로 받은 여러 국가의 대미 투자금을 자신의 의지대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전례 없는 권한 집중이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매체는 "미국 역사상 대통령에게 수천억 달러를 마음대로 투자하도록 맡긴 전례는 없다"며 "민주당이 이같이 했다면 공화당은 반발하며 청문회를 열었을 것이다. 머지않아 트럼프 대통령의 투자 펀드도 조사받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GettyimagesKorea


투자금 운용 구조와 관련해서는 부패 위험성도 경고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금을 관리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정치적으로 가까운 인사가 운영하는 기업에 투자하라는 정치적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투자 오용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