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8일(화)

주가조작 혐의 무죄받은 '카카오' 김범수... 법정 출두 때 보였던 '자신감' 신호는

2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앞.


그동안 법정에 설 때마다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을 가렸던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이날만은 달랐습니다. 그는 아무런 가림도 없이 법정에 들어섰습니다. 투병으로 야윈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표정에는 오히려 단호한 평정이 서려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서 1심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 기간 중 카카오의 대규모 장내 매수가 시세조종이라고 볼 수 없다"며 검찰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 뉴스1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법정에 출두할 때 모습 / 뉴스1


검찰은 이례적으로 징역 15년을 구형했지만, 처절한 완패를 하고 말았습니다. 


재판부의 판결은 그 자체로 눈길을 끌었지만, 판결 그 자체보다 눈길을 끈 것은 김 위원장의 얼굴이었습니다.


오랜 암 투병으로 건강이 악화돼 법정 출두 때마다 착용하던 마스크를 벗어던진 그의 결기가 눈길이 갔습니다. "숨지 않겠다", "당당히 맞서겠다"는 메시지가 묻어났습니다. 판결이 어떻게 나오고, 또 어떤 설왕설래를 이끌어낼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마스크를 벗고 카메라 앞에 선 것입니다.


그 선택은 단순한 복장이 아니라, 자신이 믿는 진실에 대한 확신이자 결연함으로 여겨집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 뉴스1검찰의 구형이 있던 날, 김 위원장 모습 / 뉴스1


김 위원장은 그동안 카카오의 '철저히 뒤로 물러난 창업자'로 불렸습니다. 그러나 법정에서는 달랐습니다. 아프고 지쳐 보였지만, 시선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그는 짧게 고개를 숙였을 뿐, 그 어떤 감정도 과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후 기자들에게 "카카오에 드리워진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만 짧게 말했습니다.


할 말이 많았을 테지만,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언급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엮여 있는 그룹에 대해서만 이야기 했습니다. 그 순간, 그의 말은 조심스러웠지만 표정은 분명했습니다.


오늘 마스크를 벗은 김 위원장의 얼굴은 "법이 모든 진실을 말해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읽힙니다. 그 자신감은 오랜 투병의 흔적 위에 얹힌, 기업가의 책임감이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결단이었습니다.


뉴스1국회에 나갔던 날 모습 / 뉴스1


시세조종 혐의라는 무거운 굴레를 벗은 만큼, 그가 강조해온 '상생과 윤리경영'이 다시금 주목받을 전망입니다.


그가 직접 나서 카카오의 구조를 손보며 '건강한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힌 지 불과 1년 남짓. 그 약속이 이번 무죄 판결을 기점으로 현실화될 수 있을까요. 경영 일선 복귀에 대한 예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origin_카카오김범수창업자1심무죄.jpg무죄를 받은 뒤 기자들 앞에 섰을 때 모습 /뉴스1


이와 관련해 카카오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경영 일선 복귀는 정해진 게 없다"라며 "당분간은 치료와 회복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