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군사 작전을 포함한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 제약과 외교적 파장을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치권, 캄보디아 납치 사건에 군사 작전까지 거론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무조정실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캄보디아 한국인 대상 강력 범죄에 대해 강경한 대응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까지 상황 인식과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범부처가 나서야 한다"며 "(전임 정부의) 어마어마한 ODA 사업의 수혜자가 캄보디아인데 그렇다면 이 문제를 외교적인, 심지어 군사 작전까지도 가능한 수준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2011년 우리 국민이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을 때 우리가 군사 작전으로 구출했다"며 "캄보디아 군경과 협조해 우리 군이 군사 작전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캄보디아가 군경 합동작전을 거부한다면 (ODA 투입 자금) 회수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은 12일 SNS를 통해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국제범죄집단은 사실상 국제 마피아 혹은 산적에 유사한 테러집단"이라며 "국제기구를 비롯해 동남아 국가들과 중국,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해서 소탕을 위한 합동작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캄보디아 경찰과 협업이 아니라 선전포고에 준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육군
아덴만 작전과 캄보디아 사건, 근본적 차이점 존재
정치권에서 언급되고 있는 군사 작전의 근거로는 '아덴만 작전'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강민국 의원과 이언주 최고의원이 언급한 아덴만 작전은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피랍된 '삼호 주얼리호'를 구하기 위해 해군 청해부대가 나서 해적과 교전을 벌인 사건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덴만 작전과 이번 사안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해적의 경우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에 따라 정당하게 진압 작전을 펼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덴만 작전 지역은 특정 국가의 영해가 아닌 공해상이었습니다.
아덴만 여명 작전 사진 / 해군
반면 이번 사건은 캄보디아 영토 내에서 발생했습니다. 캄보디아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군대나 경찰이 자국 영토로 들어오는 것은 심각한 주권 침해로 보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자칫하면 국제 사회에서 외교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군사 작전과 관련해 "거기까지 안 가고 해결했으면 좋겠다"면서도 "모든 것을 포함해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ODA 중단론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
캄보디아 당국이 수사에 비협조적일 경우 ODA를 줄이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ODA는 공적개발원조로 올해 캄보디아에 대한 우리 정부의 ODA 예산은 4353억원에 달합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 뉴스1
이 중에는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이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취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 대부분 사업이 양국의 차관계약을 기반으로 추진됐기 때문에 중단할 경우 우리 기업의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주던 원조를 갑자기 끊어버릴 경우 대외적으로 국가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ODA와 이 문제(캄보디아 납치·감금 사건)를 직접 연관 짓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습니다.
위 실장은 "지금 캄보디아의 경우 2025년 계획된 ODA 예산 사업에서도 비리가 감지됐기 때문에 조사하는 부분이 있고 중단시킨 사업도 있다. 진행 중인 사업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진행 중인) 사업 중에는 경찰 치안 역량 강화도 있다"며 "ODA는 나름의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추진하는 것이고, 이런 다른 이슈와 연결 지어 수단으로 사용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ODA 자체 사업의 타당성을 봐 가면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