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03일(월)

명절에 찐 살, 안전하게 빼는 방법... '급찐급빠'는 정답이 아닙니다

명절 체중 증가, 생각보다 적어


'급찐급빠'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급하게 찐 살을 급하게 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지침을 종합해보면, '급찐천빠'(급하게 찐 살이더라도 천천히 뺀다)가 더디더라도 안전한 방법입니다.


명절 기간 체중 증가에 대한 인식에는 과장된 면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명절 기간 늘어난 체중이 2~3㎏는 넘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증가 폭은 대개 0.5㎏ 이내였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저명 의학 학술지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2000년 게재된 '명절 몸무게 증가에 관한 연구'에서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미국에서도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11월 넷째 목요일) 연휴에 5파운드(2.27㎏)의 몸무게가 는다는 속설을 검증하기 위해 195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연휴 이전(9월~11월), 연휴 기간(11월~1월), 연휴 이후(1~3월) 몸무게를 측정한 결과, 연휴 기간의 몸무게 증가는 평균 0.37㎏으로 통념에 비해 적었습니다.


같은 학술지에 2016년 게재된 '미국, 독일, 일본 3개국의 연휴 체중 증가'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연구진이 3개국 2,924명의 체중을 1년 간 측정한 결과, 체중 증가폭은 0.3% 안팎으로 분석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일본의 경우 4월말~5월초의 '골든 위크'에 참가자 체중이 0.3% 늘었고, 독일은 부활절 연휴에 0.2%, 미국은 추수감사절 연휴에 0.2%의 체중이 늘었습니다.


70㎏의 성인을 기준으로 따지면 0.14~0.21㎏이 늘어난 것입니다. 또한 늘어난 체중의 절반 가량은 명절 기간 직후에 감소했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늘어난 체중의 정체는 '물'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렇다면 명절에 과식을 하고 체중계에 올라섰더니 며칠 사이 0.5㎏보다 훨씬 많은 몸무게가 늘어난 경험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늘어난 몸무게의 대부분은 빼기 힘든 지방이 아니라 '물'일 가능성이 높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물도 많이 마시게 되는데, 이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 몸에 들어온 당(탄수화물) 중 에너지로 쓰이고 남은 것은 '글리코겐'으로 합성돼 간과 근육에 저장됩니다. 1g의 글리코겐이 3g의 물과 함께 저장된다고 합니다.


글리코겐은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할 때 사용됩니다.


우리 몸에는 최대 600g의 글리코겐이 저장된다고 하니, 명절 기간 글리코겐이 몸에 최대한 쌓이게 되면 약 2.4㎏의 몸무게가 늘고 이 중 1.8㎏은 물인 셈입니다.


글리코겐이 에너지로 사용되고 나면 물은 몸에서 배출됩니다.


물론 그래도 체중 상승을 경계해야 합니다.


체지방이 과다하게 쌓인 비만은 각종 질병의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급찐급빠'가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몸에 저장된 글리코겐이 빼기 힘든 지방으로 바뀌기 전에 써버리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운동에 쓰이지 않아 약 2주 정도 저장된 글리코겐은 지방으로 전환됩니다. 또한 글리코겐 저장량을 초과해서 섭취된 당도 지방으로 전환됩니다.


지방은 1g으로 낼 수 있는 열량이 9㎉로 글리코겐(4㎉)보다 높습니다.


바꿔서 생각하면 같은 무게를 빼더라도, 지방을 '태우려면' 2배 이상 열량을 쓰는 운동을 해야 하는 셈입니다.


'급빠'의 위험성, 전문기관도 경고


하지만 지방 축적 걱정에 급격히 끼니를 거르고 운동량만 늘린다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급빠'의 위험성은 미국 국립보건원(NIH)도 경고하고 있습니다.


장기간 식사를 하지 않거나 체중이 급격히 줄면 담즙이 과도히 분배되고, 담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담석은 담낭염, 담관염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1주일에 1.5㎏ 이상 몸무게가 줄면 위험하다고 합니다.


과도한 식사량 감소로 근육이 주는 것도 위험합니다.


근육이 줄면 넘어져 다칠 위험이 커지고,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또한 몸이 허약해질 뿐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사용되는 에너지(기초대사량)가 줄어듭니다.


열량 소모가 줄어드니 체중이 느는 '요요현상'이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체중 감량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운동하며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처음 6개월 내에 5~10%의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적정 목표입니다. 체중이 70㎏라면, 6개월에 7㎏를 빼는 정도입니다. 아무리 급해도 일주일에 1㎏ 넘게 감량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권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