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급등으로 유럽 박물관들이 절도범들의 새로운 표적으로 부상
금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유럽 전역의 박물관들이 황금 유물을 노리는 절도범들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6일(현지 시간) 새벽, 영국 웨일스에 위치한 세인트 페이건스 국립 역사박물관에 2명의 도둑이 침입해 청동기 시대 황금 장신구를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범죄 수법은 점점 더 대담하고 전문화되는 추세입니다. 지난달 16일 프랑스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는 절도범이 침입해 60만 유로(약 10억 원) 상당의 희귀 금 원석 표본들을 훔쳐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범인들은 절단기와 가스 토치 등의 전문 장비를 동원해 방탄유리를 뚫고 침입했으며, 박물관 측은 이들을 "어디로 가야 할지 완벽하게 아는 전문가팀"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사이버공격과 보안 공백이 범죄의 빌미로 작용
특히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의 경우, 범행 두 달 전인 7월에 사이버공격을 받아 경보 및 감시 시스템이 무력화된 적이 있어 보안 공백이 범행의 빌미가 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올해 1월에는 네덜란드 드렌츠 박물관에서 절도범들이 폭발물로 문을 부수고 침입해 루마니아 국보급 유물인 '코토페네슈티의 황금 투구' 등 600만 유로(약 88억 원) 상당의 유물 4점을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놀랍게도 범행에 소요된 시간은 불과 3분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절도를 넘어 국제적 외교 문제로까지 확산되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유물을 대여해 준 루마니아 국립 역사 박물관장이 해임되고 양국 간 외교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당시 박물관에는 야간 경비 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보안 체계의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역사적 가치보다 금값 상승이 범죄 동기
전문가들은 이러한 범죄의 동기가 유물의 역사적 가치가 아닌 치솟는 금값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도난당한 유물들은 너무나 유명해서 암시장에서 거래하기 어렵기 때문에, 범인들이 유물을 녹여 금괴로 만들어 팔아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 측은 "희소성이 있어 유통하기 어려운 문화재보다 바로 녹여버릴 수 있는 금이 (범인들에게) 훨씬 나은 선택일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 / Pixbay
특히 루마니아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코토페네슈티의 황금 투구'가 녹아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루마니아 국민들은 큰 상실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럽 박물관들의 구조적 보안 취약점
박물관 절도는 유럽에서 상당히 흔한 일로, 이는 수백 년 된 낡은 건물과 느슨한 보안 시스템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2010년 파리 현대미술관에서 피카소 등 거장들의 작품 5점이 도난당했을 당시, 경보시스템은 두 달 넘게 고장 난 상태였고 경비원 3명은 외부인 침입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근에는 물리적 보안 문제에 더해 사이버공격이라는 새로운 위협까지 등장해 박물관들의 보안 취약점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잇따른 도난 사건에 대응해 유럽 각국 경찰은 인터폴 등과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박물관들도 뒤늦게 보안 시스템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난당한 예술품의 평균 회수율은 5~10%에 불과해 황금 유물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금 시세는 온스당 약 3971.45달러를 기록하고 있으며, 오전 한때는 3977달러 수준으로 치솟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