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출신 기업의 극적인 변신, 상장폐지 위기에서 AI 대박까지
상장폐지 직전까지 몰렸던 러시아 출신 기업이 인공지능(AI) 사업으로 화려한 부활을 이뤄내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나스닥시장에 따르면 지난 4일 네비우스(옛 얀덱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68% 상승한 127.98달러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연초 30달러였던 주가는 올해 들어 4배 넘게 급등했으며, 거래가 재개된 작년 10월 28일 19.57달러와 비교하면 6배를 넘어서는 놀라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네비우스 홈페이지 캡쳐
이 같은 주가 급등의 배경에는 지난달 초 마이크로소프트(MS)와 체결한 194억달러(27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이 있습니다.
'러시아의 네이버'에서 글로벌 AI 기업으로의 대변신
네비우스는 1997년 얀덱스라는 이름으로 러시아에서 출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까지 러시아 검색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한 대표적인 포털 기업이었습니다.
검색 서비스뿐만 아니라 택시, 온라인 쇼핑, 음식배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했던 것입니다.
2011년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통해 글로벌 테크 기업 반열에 올랐던 네비우스에게 위기가 찾아온 것은 2022년이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 금융당국이 네비우스를 포함한 미국 상장 러시아 기업들의 거래를 전면 정지시켰기 때문입니다.
전례 없는 '승부수', 러시아 사업 전면 매각
거래 재개를 위해 네비우스는 그 어떤 기업도 시도하지 않았던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습니다. 매출과 이익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러시아 비즈니스를 모두 매각하는 것이었습니다.
네비우스는 작년 6월 포털, 택시, 쇼핑 등 러시아 사업 전체를 54억달러(약 7조5000억원)에 매각했습니다.
'러시아 꼬리표'가 완전히 사라지면서 작년 10월 나스닥에서 거래가 재개될 수 있었습니다.
사명을 얀덱스에서 '네비우스'로 변경한 것도 사업 매각 직후인 작년 7월이었습니다.
AI 데이터센터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사업 매각으로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네비우스는 엔비디아의 AI서버를 대량으로 구매했습니다.
올해 1분기에는 미국 미주리에, 지난 3월에는 뉴저지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자체 AI데이터센터 건설에 집중해온 빅테크 기업들이 건설 속도가 AI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네비우스 같은 데이터센터 임대 기업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네비우스는 MS와의 계약에 따라 뉴저지 데이터센터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에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게 됩니다.
네비우스는 MS 외에도 스포티파이, 쇼피파이, 클라우드플레어 등 초대형 고객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습니다.
네비우스의 시가총액은 321억달러(약 45조원)로 거래 정지 직전 약 9조원 대비 5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쟁이 네비우스의 사세 확장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