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새로운 독버섯 등장, 기존 상식 통하지 않아
추석 성묘길에서 마주치는 아름다운 버섯들을 보면 대부분 독성을 우려해 손대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산에 익숙한 사람들은 식용버섯을 구분해 채취하거나 섭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기존의 상식마저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독버섯으로 분류된 담갈색송이버섯 / 국립산립과학원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에 새로운 독버섯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존 식용버섯과 유사한 모습의 신종 독버섯들까지 등장하면서 섣부른 버섯 채취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산림청 국가표준버섯목록을 살펴보면 총 2,313종의 버섯이 등록되어 있는데, 이 중 먹을 수 있는 버섯은 416종으로 전체의 18%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식용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거나 독버섯인 상황입니다. 다만 모든 지역에 수천 종의 버섯이 자라는 것은 아니며, 기후와 환경에 따라 발생하는 버섯의 종류는 천차만별입니다.
전남 지역의 경우 총 55종의 독버섯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남산림연구원 "새로운 독버섯 발견 증가" 발표
독흰갈대버섯 / 국립생물자연관 제공
지난달 30일 전남산림연구원은 연구 결과를 통해 새로운 종류의 독버섯 발견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역주민들에게도 낯선 이러한 독버섯들의 등장 원인은 바로 기후변화입니다.
버섯은 기온과 강수량 변화로 인한 토양의 습도 등 환경조건에 따라 완전히 다른 종류가 자라납니다. 특히 강수량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데, 여름 장마철 직후에 곳곳에서 버섯 발생이 증가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올해는 '역대급 폭우'라고 불릴 정도로 전국 곳곳에서 국지성 집중호우가 반복해서 발생했습니다.
지난 7월에는 광주와 전남 지역에 하루 400㎜ 이상의 집중호우가 기록되었고, 전남 무안과 함평 등에서도 시간당 100㎜ 이상의 강한 비가 내렸습니다.
여기에 평균 기온도 높아 '역대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되면서, 이러한 환경 변화로 인해 기존에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버섯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식용버섯과 유사한 독버섯들, 구별 어려워
더욱 위험한 것은 이러한 독버섯들이 기존에 식용 가능한 버섯과 유사한 모습을 띠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붉은뿔사슴버섯은 어린 영지버섯과 모양이 비슷해 오인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는 맹독성 버섯으로 섭취할 경우 생명에 위협이 됩니다.
독흰갈대버섯 역시 식용버섯인 큰갓버섯과 유사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지만, 섭취 시 구토와 설사를 일으킵니다.
식용 가능한 버섯도 위험할 수 있는데, 최근 전남 영광과 강진 등에서 발견되는 댕구알 버섯의 경우 통상 먹을 수 있지만 성숙하면서 내부 색이 변하고 독성을 띠게 됩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최근 야생 버섯 중독사고가 대부분 식용버섯과 독버섯을 구별하지 못해 발생한다고 밝혔습니다.
댕구알 버섯 /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심지어 온라인이나 인공지능 생성 정보를 통해 독버섯을 식용이나 약용 버섯으로 잘못 소개하는 사례까지 보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독버섯 중독사고, 매년 꾸준히 발생
일반적으로 산에서 버섯을 섭취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추석 전후 가을철 독버섯 중독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독버섯 섭취는 1명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독버섯으로 인한 사고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7월부터 가을철 산행 인구가 많은 10월 사이에 빈발합니다.
최근 10년간 야생버섯으로 인해 총 38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1건당 평균 환자 수는 7.6명인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오득실 전남산림연구원장은 "최근 연구 결과 기후변화 영향으로 새로운 독버섯이 발견되고 있다"며 "야생버섯은 채취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며, 채취했다면 반드시 전문가에게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송이버섯 / YouTube '탐암약초'
박응준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미생물이용연구과장은 "산에서 야생 버섯을 보면 눈으로만 즐기고, 식용 버섯은 반드시 믿을 수 있는 곳에서 구매하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