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종묘 영녕전 신실까지 관람했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9월 3일 종묘에서 개최한 차담회 당시 평소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영녕전의 신실까지 둘러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신실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는 가장 신성한 공간으로, 일반적으로는 연 2회 대제 때만 개방되는 곳입니다.
김건희 여사 / 뉴스1
영녕전에는 총 16칸의 신실이 있으며, 태조의 4대 조를 포함해 역대 왕과 추존된 왕 15위와 왕후 17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 신주를 모시고 있습니다.
국가유산청이 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여사는 종묘 망묘루에서 차담회를 열기 전 영녕전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김 여사는 외국인 2명, 통역사 1명과 함께 있었으며, 이재필 궁능유적본부장이 동행했습니다.
김 여사 일행은 종묘 휴관일인 화요일에 정문인 외대문이 아닌 영녕전 부근 소방문으로 입장했습니다. 궁능유적본부는 "(김 여사가 영녕전 일대에 머무르는 동안) 신실 1칸을 개방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당시 참석한 사람 가운데 신실 내부로 들어간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실 문 바깥에서 내부를 관람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종묘 영녕전 / gettyimagesBank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이 신실 개방 지시
궁능유적본부는 신실 개방 지시에 대한 의원실 질의에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에서 영녕전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신실 1칸을 개방할 것을 지시해 개방하게 됐다"고 답변했습니다.
문화체육비서관실은 차담회 전날인 9월 2일 오전 8시부터 종묘 일대에서 사전 답사를 실시하며, 김 여사가 영녕전을 거쳐 망묘루로 이동하는 동선을 계획했습니다.
김 여사와 동행한 외국인은 유명 화가 마크 로스코의 가족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여사는 2015년 코바나컨텐츠 대표 시절 미국 워싱턴DC 국립미술관 소장 로스코 작품 50점을 들여와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마크 로스코' 전시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종묘 망묘루 / 뉴스1
영녕전의 신실은 종묘 안에서도 가장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집니다. 안쪽에는 왕과 왕비의 신주를 봉안한 신주장을 두고, 양옆에는 의례용 상징물인 어보와 어책을 보관하는 보장과 책장을 배치합니다.
이 공간은 매년 5월 첫째 주 일요일과 11월 첫째 주 토요일 대제 때만 문을 여는 것이 원칙입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5월 향대청을 개편해 태조 신실을 재현한 공간을 상시 공개하고 있습니다. 향대청은 차담회가 열린 망묘루 바로 옆에 위치합니다.
재현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신실을 개방한 것에 대해 논란이 예상됩니다. 종묘관리소 측은 김 여사 방문에 앞서 영녕전 신실과 주변을 청소하기도 했습니다.
임오경 의원은 "김건희 여사 일행을 위해 영녕전 신실을 개방하라고 요구한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임 의원은 "관련 의혹이 국가유산 사적 이용으로 결론 나면 비용을 청구하고 담당자를 징계해야 한다"며 "국정감사에서도 진실을 파헤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