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H-1B 비자 수수료 폭탄에 공항에서는 대혼란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두바이로 향하는 에미레이트 항공 EK226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문직 비자 수수료 인상으로 인해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습니다.
지난 24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데일리비스트(Daily Beast)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5시 5분에 출발 예정이었던 이 항공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문직 비자(H-1B) 신규 신청에 10만 달러(한화 약 1억 4,000만 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3시간 이상 지연됐습니다.
Instagram 'mashraana'
기내에서 이 소식이 퍼지자 많은 승객들이 당황하며 내릴 것을 요구했습니다.
SNS에 확산된 영상에는 에어버스 A380 내부에서 기장이 확성기를 통해 "현재 상황은 에미레이트 항공사 입장에서도 전례 없는 상황입니다. 많은 승객들이 저희와 함께 비행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승객분들이 직접 내리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안내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해당 항공편의 승객이었던 마수드 라나(Masud Rana)라는 남성은 인스타그램에 "금요일 아침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에미레이트 항공 승객들은 완전히 혼란스러웠다. 그 결과, 나는 3시간 넘게 같은 자리에 갇혀 비행기가 출발하기를 기다려야 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항공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해당 항공기는 오후 8시 20분에 이륙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
실리콘밸리를 강타한 비자 정책 변화
이번 행정명령은 특히 인도와 중국 출신 인력에 크게 의존하는 실리콘밸리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2025 실리콘밸리 인덱스'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기술 분야 인력의 약 66%가 외국 출신으로, H-1B 비자 프로그램은 베이 지역 기술 기업들이 전문 기술을 보유한 외국인을 고용하는 데 필수적인 통로였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IT 기업과 금융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미국을 떠나지 말라고 알리고, 해외에 있는 사람들은 21일 12시 1분 전에 미국으로 돌아오라고 권고하는 긴급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선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및 취업 비자 정책 개편의 최근 조치 중 하나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 지지자 중 상당수가 H-1B 비자로 많은 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데일리비스트는 "창업자이자 회장인 제프 베조스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아마존은 2024년에 1만 건 이상의 H-1B 비자를 발급받았는데, 이는 다른 어떤 고용주보다 많은 수치"라고 전했습니다.
백악관은 새로운 H-1B 수수료가 언제부터 적용될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이 갑작스러운 발표만으로도 실리콘 밸리와 국제 여행객들 사이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