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오요안나 어머니, 단식 18일차 MBC 앞 호소
고(故) 오요안나 MBC 전 기상캐스터의 어머니 장연미씨가 단식 18일 차를 맞아 정부와 여당에 사건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개입을 호소했습니다.
지난 25일 장씨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시민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 Instagram 'ohyoanna'
장씨는 "오래 서 있기도 힘들고 몸 상태가 좋지 않지만 견디겠다. 이겨내겠다"며 "우리 요안나의 명예를 찾고, 요안나 친구들의 정규직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요안나가 그렇게 많은 자료를 놔두고 간 것은 MBC가 뭔가 변화하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장씨는 MBC가 지난 24일 2차 교섭에서 보인 태도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그는 "MBC는 유족 측이 기상캐스터 정규직 전환 요구를 철회하지 않으면 사과나 보상 등 어떠한 요구에 대해서도 협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며 "엘리트만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MBC인가. 그럼 비정규직에게 낮은 임금 주면서 일 시키지 말고 본인들이 다 하시라"고 비판했습니다.
MBC와 유족 측 입장 차이 뚜렷
유족 측은 MBC가 교섭 과정에서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근로자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하고, 직장 내 괴롭힘과 고인의 죽음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현재 기상캐스터 4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 불가 방침과 유족 보상이 아닌 소정의 위로금 지급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고(故) 오요안나 씨의 어머니 / 뉴스1
이에 장씨는 "그 돈 너나 가지라. 돈을 많이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렇게 유치한 의도로 주는 돈, 억지로 주는 돈은 안 받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는 "유족을 능멸하고, 고인과 동료를 모욕하는 MBC가 정말 정의로운 방송이냐"며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장씨는 오요안나씨의 근로자성에 대해 "오요안나는 MBC의 지휘명령에 따라 일했고, MBC의 지시에 따라 동료의 빈자리를 채웠으며, MBC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상암동이 지역구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오요안나의 분향소에 방문해 유족을 만나 주시라"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또한 "MBC가 비정규직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착취하지 않고 정당하게 대우하도록 만들어 달라"며 "이재명 정부 공약대로 상시 지속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 Instagram 'ohyoanna'
MBC 측 "근로자성은 자의적 판단 아닌 정부 조사 결과"
이에 대해 MBC 관계자는 "MBC는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5월 19일 <뉴스데스크> 사고(社告)를 통해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7월 30일 안형준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이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하고 위로를 전했으며, 고인의 1주기에도 유가족을 만나 위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MBC 측은 근로자성 문제에 대해 "근로자성은 MBC가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공식적인 조사를 통해 결정된다"며 "올해 본사에 대한 특별 근로 감독을 실시한 고용노동부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고인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발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MBC 관계자는 유족 측의 요구 사항 변경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유가족은 당초, 현재 재직 중인 기상캐스터 4인을 MBC가 직접 고용해 안정된 수입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유족에게 협상을 위임받은 <직장갑질119> 측은 기상캐스터 전원을 일반직 정직원으로 고용하라고 요구 사항을 변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MBC는 이러한 요구가 "고용 공정성에 어긋나며, 방송사 취업에 도전하는 수많은 사회 초년생, 취업 준비생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 Instagram 'ohyoanna'
MBC 관계자는 "초기부터 이 같은 원칙을 유지해 왔으며,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면 소송 등 법적 절차를 통해서라도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지난해 9월 숨진 오요안나(당시 28세)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까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는 지난 8일부터 서울 상암동 MBC 건물 앞에서 사건 해결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을 시작했으며, 유족 측은 'MBC 사장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발표', '오요안나 명예사원증 수여 및 사내 추모 공간 마련', '기상캐스터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