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질 뻔한 간장 굴뚝, 화분 작품으로 부활
요즘 세대에게는 '간장 굴뚝'이라는 것이 다소 낯설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때 '샘표간장'이라 쓰인 커다란 굴뚝이 서울 하늘을 가르듯 우뚝 서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자취를 감추며 이제는 어른들의 기억 속에만 남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샘표
샘표는 1946년 서울 충무로에서 창업한 뒤 1959년 도봉구 창동에 제2 공장을 세웠습니다. 이후 1969년에는 본사까지 창동으로 옮기며 국내 장류 업계의 선두주자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생산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1987년 경기도 이천에 국내 최대 규모의 간장 공장을 건설했고, 2000년에 간장 생산 설비를 모두 이천으로 이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샘표간장'의 상징인 굴뚝이 버려질 뻔했습니다. 그 커다란 굴뚝이 어디로 갔을까요. 바로 2013년 문을 연 샘표 연구개발센터 '우리발효연구중심' 외부에 설치된 조형물 '기억을 기록하는 화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창동 시절부터 간장 냄새를 품어온 이 굴뚝이 만약 철거됐다면 단순한 산업 유물로 남았을 뿐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생명을 키우는 화분이 되어 샘표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비전을 동시에 상징하게 됐습니다.
샘표
연구소 맞아? 들어가 보니 미술관 분위기 물씬
또한 '우리발효연구중심'은 연구소임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을 연상케 하는 공간으로 유명합니다. 샘표는 14명의 작가와 협업해 회의실, 복도, 로비 곳곳에 작품을 배치했습니다.
단순히 일하는 공간을 넘어서 영감을 얻고 대화를 나누는 문화 공간으로 연구소를 재해석한 것입니다.
이러한 독창성과 가치는 같은 해 '메세나 대상' 창의상 수상으로 이어지며,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 모델로 인정받았습니다.
샘표
샘표
샘표는 이 연구소를 통해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구성원의 행복'을 기업 핵심 가치로 삼고 있음을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칙칙한 공장 벽, 벽화 입으니 지역 명소 됐다
굴뚝의 재탄생, 연구소의 변신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샘표는 이천 공장 외벽을 거대한 캔버스로 삼았습니다.
샘표
'샘표 아트 팩토리 프로젝트'를 통해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벽화로 담아내면서 공장은 삭막한 산업 공간에서 직원들이 더 즐겁게 일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톡톡 튀는 그림들은 공장을 지나는 시민들에게는 색다른 풍경을 선사하면서 지역 명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천 공장 내부에는 2004년부터 운영해 온 '샘표 스페이스'가 마련돼 있습니다. 이곳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직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열린 문화 예술 공간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샘표
샘표
사라질 뻔한 기억, 예술로 되살려 미래와 연결하다
샘표가 굴뚝을 화분으로 보존하고 연구소를 미술관처럼 꾸미며 공장 벽을 지역 명소로 바꾼 것은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닙니다.
'구성원의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예술을 일터에 스며들게 하고 기업의 발자취를 미래 세대와 공유하려는 문화적 시도로 해석 됩니다.
버려질 뻔한 흔적이 새로운 영감의 공간으로 변모했듯 샘표의 시도는 '기업도 문화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