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7일(월)

내년 하반기부터 요양병원 '간병비' 30% 낮춘다... 정부, "5년간 6.5조 투입"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내년 하반기 본격 시행


정부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정책을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합니다. 이는 '간병 살인', '간병 파산'으로 불리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지난 22일 보건복지부는 '의료중심 요양병원 혁신 및 간병 급여화 추진방향' 공청회를 개최하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급여화 추진방향을 발표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현재 국민들이 병원에 입원할 때 가장 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간병비입니다. 입원비나 진료비와 달리 간병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2022년 서울대 간호학과 김진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연간 간병비 부담은 약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정부는 그동안 일반 병원의 급성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해왔는데요, 이제는 요양병원의 만성질환 환자 간병비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의료 필요도 높은 중증 환자 중심의 단계적 시행


이번 간병비 급여화는 모든 요양병원과 환자에게 일괄 적용되는 것이 아닌 단계적 접근 방식을 취합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전국에는 1,391개 요양병원(병상 26만4,000개)이 있으며, 약 21만5,000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습니다. 이 중 의료 필요도가 높은 중환자는 약 8만 명으로, 이들이 우선적인 급여 대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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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러한 중환자가 40% 이상인 '의료중심 요양병원'을 선별하고, 해당 기관에 입원한 중환자에게만 급여를 적용할 예정입니다.


내년 하반기에는 요양병원 200곳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의료중심 요양병원 500곳(10만 병상)을 선정해 8만~10만 명의 간병비 부담을 경감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환자 본인부담률은 30% 내외로 줄어들어, 월 60만~80만원 정도를 부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급여 대상이 되는 중환자의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으나, 혼수상태 환자,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환자, 와상환자 등 일상생활의 상당 부분을 타인에게 의존해야 하는 환자들이 포함될 예정입니다. 또한 치매와 파킨슨병 환자도 급여 대상에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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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책 시행을 위해 정부는 2030년까지 총 6조5,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이중규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1대 1 개인 간병이 필요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요양병원 서비스 질 향상과 인력 수급 과제


간병비 급여화에 참여하는 요양병원들은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먼저 기존 6인~8인실을 4인실로 전환해야 하며, 간병인은 24시간 한 사람이 담당하는 방식에서 3교대로 적정 환자(4인 이하)를 돌보는 체계로 바뀌어야 합니다.


또한 간병인력 교육을 담당하는 간호사도 배치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수가 인상 등으로 별도 보상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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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정책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한 가장 큰 관건은 간병인력 수급 문제입니다. 복지부는 국내 거주 미취업 외국인에게 표준 교육프로그램과 언어 등을 교육해 간병인력으로 양성하고,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을 지정해 유학생을 유치하는 등 외국인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인력 수급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 지역 요양병원장은 "당장 내년 200개 요양병원에서 3교대를 돌릴만큼 간병인을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청회에서는 의료중심 요양병원에 선정되지 못한 나머지 800여 개 병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었습니다.


안병태 대한요양병원협회 부회장은 "간병 급여화는 병원이 아니라 환자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선정되지 않은 나머지 800여개 병원에 대한 대책은 전혀 나와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인사이트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 뉴스1


그는 "요양원으로 전환해라, 아니면 전문화해라 등의 살길을 제시해 주지 않으면 요양병원들은 상당히 큰 소용돌이에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한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정부가 환자 간병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는데, 실제 환자 부담은 10~20만원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날 것으로 보인다"며 "본인부담을 20%까지 낮췄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했습니다.


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반영한 추진방향을 이달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보고할 예정입니다. 이후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해 세부적인 추진 방안을 수립하고, 건정심 심의를 거쳐 올해 12월께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