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이겨낸 50대 남성,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생명 선물

피부암인 '흑색종'을 극복한 50대 남성이 출근길에 쓰러진 후 뇌사 상태에서 장기기증을 통해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습니다.

1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7월 21일 뇌사 상태였던 고(故) 윤기명(55)씨가 부산대학교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故 윤기명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윤씨는 지난 7월 2일 출근길 차 안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심장, 폐장, 간장, 양쪽 신장을 기증함으로써 5명의 소중한 생명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었습니다.

생전에 윤씨는 아내와 함께 TV를 시청하던 중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보고 "만약 우리에게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남들을 위해 장기기증을 하자"고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족들은 항상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먼저 나서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윤씨의 따뜻한 성품을 기억하며 그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장기기증을 결정했습니다.

암 투병 이겨낸 후 더욱 값진 삶을 살았던 윤기명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윤씨는 2018년 피부암인 흑색종 진단을 받았지만 5년간의 치료 끝에 2023년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병마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후 일상으로 돌아온 그는 삶의 소중함을 더욱 깊이 느끼며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습니다.

가족들은 윤씨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뜻을 모았습니다.

부산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윤씨는 5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성장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해 고등학교 시절에는 야구부 활동을 했으나 가정 형편으로 인해 꿈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아들도 아버지를 닮아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야구를 통해 아버지와 아들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윤씨는 학교 졸업 후 한전KPS에 입사하여 34년간 근무했으며 15년 결혼 생활 동안 집안일을 함께하는 자상한 남편이자 아들에게는 늘 따뜻한 아버지였습니다.

윤씨의 아내 전영신씨는 "기명씨, 내가 딸같이 장난 많이 치고 그랬는데 다 받아주고 늘 사랑으로 이해해 줘서 고마웠어. 다음 생에는 오빠가 내 아내로 태어나서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많이 사랑해"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아픈 경험을 딛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사랑을 나눠주겠다고 결심해 준 기증자 윤기명 님과 유가족의 숭고한 생명나눔에 감사드린다"며 "이러한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환하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