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해경 동료 폭로 뒷받침하는 통화 녹음 공개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을 구하려다 순직한 고 이재석 경사 동료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해경 내부 은폐 정황을 폭로한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만한 통화 녹음이 공개됐습니다.
16일 SBS는 이 경사가 숨진 채 발견된 지 이틀 후인 13일 오전, 영흥파출소장이 조문하러 가기로 한 팀원 중 한 명에게 걸었던 통화 녹음 파일을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영흥파출소장은 유족 측과 긴밀하게 소통하던 인천해양경찰서 관계자에게는 슬픈 모습만 보이고 유족에는 다른 얘기는 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인천해양경찰서
통화에서 파출소장은 "정보계장하고 통화를 해서 눈물을 흘리면서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다른 쓸데없는 얘기는 하지 말고 맞는 말이 있어도 하지 말고 참아야 해"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통화에서 파출소장은 팀원들이 입을 열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파출소장은 "괜히 말 한마디라도 하면 꼬투리 잡힐 수도 있고 그러니까. 우리끼리 똘똘 뭉쳐야 돼. 우리끼리 빈틈이라도 하나 생기고 이렇게 하면 절대 안 된다"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SBS
유족들의 요청에는 응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죄송하다고) 중무장을 해 가지고 어떤 소리가 들려도 그냥 눈물 흘리고 가만히 있는 거다. 걔(유족)가 다 쫓아낼 때까지 던지면 죄송하다고 해라"라고 말했습니다.
파출소장은 "우리가 그러려고 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런 상황이 생긴 건데. 우리끼리 잘못되는 일이 없도록 그렇게 말씀하셨으니까..."라며 상부에서 당부한 내용을 전달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故 이재석 경사 영결식 / 뉴스1
앞서 고 이재석 경사는 지난 11일 새벽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꽃섬 인근에서 어패류를 채취하던 중국 국적 70대 남성이 밀물에 고립되자 구조에 나섰다가 순직했습니다.
구조 과정에서 이 경사는 자신의 구명조끼(부력조끼)를 중국인 노인에게 입혀주고 함께 헤엄쳐 나오다가 실종됐고, 결국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해양경찰청은 그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려 경장에서 경사로 1계급 특진을 결정했습니다.
故 이재석 경사 동료들 / 뉴스1
은폐 의혹과 동료들의 폭로
이번 통화 녹음 공개는 고 이재석 경사의 동료들이 제기한 진실 은폐 의혹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5분 26초 분량의 통화에서 파출소장은 팀원에게 일방적으로 '눈물을 흘리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지시를 여러 차례 반복했습니다.
이번 통화 녹음 공개로 고 이재석 경사 순직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특히 "우리끼리 똘똘 뭉쳐야 돼"라는 파출소장의 발언은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유족과 시민들은 고 이재석 경사의 숭고한 희생이 제대로 평가받고, 사건 전후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문제점이 투명하게 밝혀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해양경찰청의 철저한 조사와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요구되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