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공장서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 '구금일지' 공개... "케이블타이 채운 채 호송"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일하다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의 '구금일지'가 공개됐습니다.
합법적인 단기 상용 비자(B-1)를 소지하고 있었던 근로자가 체포 과정부터 구금 생활까지 상세히 기록한 내용입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
"미란다 고지도 없이 체포... 케이블타이에 묶여 호송"
14일 연합뉴스가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근로자 A씨는 두 달간의 출장 중 업무 미팅과 교육에 참여하던 지난 4일 오전 10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체포됐습니다.
당시 A씨는 케이블타이에 손목이 묶인 상태에서 1차 신체 수색을 받았고, 이어 외국인 체포 영장 관련 서류를 작성하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미란다 원칙' 고지는 없었다고 합니다.
체포 직후 ICE는 A씨의 손목에 빨간 팔찌를 채웠고, 그는 9시간 넘게 대기하다 케이블타이가 묶인 채 호송차에 올랐습니다. 호송차 내부에는 변기가 설치돼 있었으나 악취가 심했다고 전했습니다.
"72인실 임시 시설... 곰팡이 매트와 냄새 나는 물"
이민세관단속국(ICE) 홈페이지
구금 초기 A씨는 72인실 임시 시설에 수용됐습니다. 방에는 이층 침대가 다닥다닥 놓여 있었고, 변기 4개와 소변기 2개를 함께 사용해야 했습니다. 시계가 없어 시간을 가늠할 수 없었고, 매트리스에는 곰팡이가 펴 있었으며 제공된 물에서도 냄새가 났다고 합니다.
나흘째 정식 입소 절차를 거친 뒤 A씨는 2인 1실 방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는 구금 중 몰래 챙긴 종이와 펜으로 일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로켓맨 언급하며 비웃어"... 총영사관 '서명 종용'
A씨는 구금 3일차에 ICE 요원들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가 "업무 미팅과 교육을 위해 합법적인 B-1 비자로 입국했다"고 설명하자, 요원 중 한 명은 "남한 출신이냐"고 물은 뒤 동료들과 함께 "북한", "로켓맨"(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붙인 별명) 등을 언급하며 웃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적법하게 입국해 규정에 맞는 활동을 했는데 왜 체포됐냐"는 질문에는 "나도 모르겠고, 윗선에서 불법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기록했습니다.
ATF 애틀랜타 지부 엑스
A씨는 구금 나흘째 총영사관 관계자를 만났을 때도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고 적었습니다. 당시 총영사관 측은 "다들 집에 돌아가는 게 우선"이라며 특정 서류에 무조건 서명하라고 권했다고 합니다. A씨는 정식 입소 절차를 거치며 죄수복까지 입게 된 과정도 일지에 상세히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