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시위 격화, 교도소 습격과 군 병력 배치로 긴장 고조
소셜미디어(SNS) 접속 차단과 부패 문제에 분노한 네팔 시위대가 교도소를 습격하고 정부 청사에 방화하는 등 폭력 시위를 벌이면서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네팔 정부는 군 병력을 도심에 배치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10일(현지 시간) 스페인 EFE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전날 네팔 시위대는 중부 간다키주 포카라에 위치한 카스키 교도소를 급습했습니다.
X 'bbcnepali'
시위대는 교도소 시설 일부를 파괴했으며, 이 과정에서 약 900명의 수감자가 탈옥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현지 매체 '온라인 카바르'가 전했습니다.
이러한 교도소 습격은 카스키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네팔 서부 수두르파스침주의 카일라리 교도소와 중부 바그마티주 랄리트푸르 소재 교도소에서도 방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시위대의 분노는 교도소를 넘어 정부 기관과 정치인들의 거주지까지 확산되었습니다.
정치권 타깃된 방화 사태와 국제사회의 우려
시위대는 람 찬드라 포우델 대통령의 관저를 비롯한 정부 청사와 다수 정치인의 자택에서도 방화를 저질렀습니다.
이 과정에서 잘라나트 카날 전 총리의 아내가 화상을 입고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EFE 통신에 따르면, 전날 사임한 샤르마 올리 총리의 자택을 포함해 총 24명의 정치인 관저가 시위대의 방화 공격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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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수반인 올리 총리가 사임했음에도 시위가 수그러들지 않자, 네팔 당국은 전날 오후부터 도심 지역에 군 병력을 배치했습니다.
현지 언론은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네팔군이 다른 보안 기관들과 협력하여 병력을 투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네팔 군 당국은 성명을 통해 "일부 집단이 현재의 불안정한 상황을 이용해 민간인과 정부 재산 모두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발렌드라 샤 카트만두 시장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나라는 여러분(시위대) 손에 달려 있다"며 "집으로 돌아가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도 네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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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추가 폭력 사태 방지를 위해 시위대에 자제와 대화를 촉구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웃 국가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네팔에서 발생한 폭력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네팔의 모든 형제자매에게 평화를 지지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습니다.
SNS 차단과 부패에 분노한 젊은 층, 시위 확산
이번 시위의 발단은 네팔 정부가 지난 5일부터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X·옛 트위터) 등 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26개 SNS 플랫폼의 접속을 차단한 조치에 있습니다. 특히 부패 척결과 경제 성장에 소극적인 정부 정책에 실망한 젊은 층이 대거 시위에 참여하면서, 시위는 수도 카트만두를 넘어 다른 도시로도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SNS에서는 사치품과 호화로운 휴가 생활을 과시하는 고위층 자녀들의 모습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일반 시민들의 모습을 대조하는 영상이 빠르게 공유되면서 젊은 층의 분노를 더욱 증폭시켰습니다.
경찰은 지난 8일부터 최루탄, 물대포, 고무탄 등을 사용하며 시위 진압을 시도했으며, 현재까지 20여 명이 사망하고 5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