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단속 여파로 한국 기업들 비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이민당국의 대규모 체포 사태로 한국 기업들이 비상에 걸렸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셀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지난 4일 미국 당국이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여 한국인 300여 명을 체포하면서 공사가 완전히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단속 대상이 된 'HL-GA 배터리회사'는 올해 말 완공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JTBC
한국 기업들의 대응과 현지 상황
지난 8일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단속 사태 이후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최대한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현지에서 제조업을 운영 중인 A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그전에는 B-1(단기 상용 비자) 밑으로 다 갔었는데, (조지아 쪽에서) 문제가 생겨서 일단 철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더 우려되는 점은 국내 기업의 일감을 받는 하청업체들도 당장 인력을 철수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에 인력을 파견하는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미국 내) 다른 지역인데도 잡혀갈까 봐, 혹시 모르니 또 끌려갈 수 있으니까 기업에선 지금 출근을 안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에 건설 중인 공장은 22곳에 달하며, 투자액은 총 1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반도체, 배터리부터 조선업까지 다양한 업종에 걸쳐 있어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
X 'ATFAtlanta'
하지만 첨단산업 설비를 맡을 전문 인력을 현지에서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미국 인력 파견 하청업체 관계자 B씨는 매체에 "조지아 현장을 서너 번 갔는데, (미국 현지 설비 업체들은) 자재가 가볍고 빨리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해도 안 바꾸고 옛날 것만 고집해서 그것만 써야 한다. (그래서) 작업 속도가 안 나온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대미 투자기업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미국 출장자의 비자 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미 투자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당분간 공기 지연과 인건비 증가 등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비자 문제를 넘어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한편 현장에서 구금된 한국인을 태울 전세기가 이르면 내일(10일) 현지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르면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행 B747-8i 전세기를 투입할 예정입니다.
해당 여객기는 총 368석을 갖추고 있어 구금된 한국인 300여 명이 한 번에 탑승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