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1일(목)

"검색해 볼 수 있으면 도달"... 대법원, SNS 성희롱 글 처벌 기준 강화

SNS에서 차단해도 성희롱 게시글 볼 수 있다면 처벌 가능


대법원이 SNS에서 계정을 차단했더라도 성희롱성 게시글을 제한 없이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작성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중요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번 판결은 디지털 공간에서의 성범죄에 대한 법적 해석의 범위를 넓히는 의미 있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성폭력범죄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수원지법으로 환송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SNS 상에서의 성희롱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x6268gnnj59ut32d0k2e.jpg사진=인사이트


A씨는 2023년 5월 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20대 여성 B씨의 계정에 '멘션' 기능을 활용해 극도로 불쾌한 성적 내용의 글을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구체적으로 "이X의 자궁과 생리혈을 뜯어 먹자", "최대한 성희롱으로 타격을 줄 것이고, 법이 지키는 한 나는 너를 모독할 것임", "통구이로 먹어서 성고문 하자" 등의 심각한 성희롱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렸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의 '도달' 개념에 대한 법적 해석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계정을 차단했음에도 성희롱 게시글이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성폭력범죄처벌법 13조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내용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 측은 B씨가 자신의 계정을 차단했기 때문에 멘션을 이용해도 알림이 가지 않았고, 따라서 글을 확인할 수 없어 법률상 '도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스스로 피고인의 계정을 검색해 글을 일부러 찾는 별도의 행위를 하기 전에는 글을 확인해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글이 피해자의 지배권 내에 들어가 객관적으로 피해자가 그 존재와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대법원은 성폭력범죄처벌법상 '도달'의 의미를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을 직접 접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상대방에게 전송함으로써 상대방이 별다른 제한 없이 글을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다는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며 "상대방이 실제로 글을 인식 또는 확인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트위터 계정을 차단해 게시글 관련 알림이 전달되지 않았으나 게시글은 피고인의 트위터 계정을 검색하면 별다른 제한 없이 손쉽게 볼 수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피해자가 무슨 이유에서든 피고인의 트위터 계정을 검색해 게시글을 보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범죄 성립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