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2일(금)

재계 맏형 최태원, 어렵게 입 열었다... "343개 계단식 규제, 기업 성장 가로막아"

최태원 "343개 계단식 규제, 기업 성장 막는다"


기업이 커질수록 오히려 규제가 더 무겁게 쌓이는 구조, 이른바 '계단식 규제'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343개의 차등 규제를 공개 지목하며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4일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이 기업 규제 개선을 위한 포럼을 발족한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origin_인사말하는최태원대한상의회장.jpg최태원 회장 / 뉴스1


최 회장은 대한상의·한국경제인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연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에서 "규제가 존재하는 한 중소기업에 머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거나, 기업을 쪼개며 성장을 회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특히 상법상 자산총액 2조원을 기준으로 규제가 급증하는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현재 자산총액 5천억 원 이상∼2조 원 미만 기업에는 8개의 규제가 적용되지만, 2조 원 이상부터는 최대주주 합산 3% 룰,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20개 규제가 적용돼 2배 이상 늘어납니다.


최 회장은 "자산이 1조9천억 원인 기업이라면 성장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며 "명확한 근거 없이 유지되는 규제는 철폐하고, 기업 성장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정거래법·유통산업발전법도 도마에


연구팀이 함께 지적한 공정거래법 역시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GDP 0.5% 이상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규정합니다.


5조 원 미만일 때는 규제가 없지만, 5조 원 이상부터 6개 규제가 적용되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분류되면 13개 규제가 추가됩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출자·행위 규제 등으로 전략적 투자나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origin_기조연설하는최태원회장.jpg뉴스1


연구팀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90조 원 이상의 외부 자금을 조달해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것과 달리, 국내 지주회사는 공정거래법상 외부 자금 조달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유통산업발전법도 성장 저해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월 2회)과 영업시간 제한(0~10시) 조항이 온라인 쇼핑과 새벽 배송이 일상화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업계는 이러한 규제가 소비자 편의를 저해하고, 대기업 유통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규제 철폐로 성장 동력 확보해야"


대한상의와 김영주 부산대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차등규제 전수조사'에 따르면 경제 관련 12개 법안에서 343개의 차등 규제가 확인됐으며, 경제형벌 관련 조항은 6천 개에 달했습니다.


최 회장은 "성장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계단식 규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걸림돌"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origin_발언하는최태원대한상공회의소회장.jpg뉴스1


이번 포럼 출범과 최 회장의 발언은 한국 기업의 성장 전략과 규제 환경 개혁 논의에 불씨를 당긴 것으로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