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리뉴얼, 창업비 절반 차지하는 '폭탄'
서울 관악구 한 피자 가게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이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를 다시 드러냈습니다. 인테리어 강제 리뉴얼, 차액 가맹금 등 오래된 갈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른 겁니다.
지난 3일 관악구 한 피자 가게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 후 "본사가 점주에게 인테리어 리뉴얼을 강요하다 갈등이 생겼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해당 프랜차이즈 본사는 사건 당일 입장문을 통해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본사 측은 "2021년 10월 직영점 오픈 이후 가맹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단 한 차례도 리뉴얼을 강요하거나 인테리어를 강제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3일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조원동의 한 주택가에서 경찰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2025.9.3 / 뉴스1
또한 "점주가 직접 인테리어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인테리어 업체를 잘 모를 경우 몇몇 업체에서 최저 가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조언할 뿐, 최종 선택은 점주가 직접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매장 점주와는 오픈 시점부터 지금까지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이번 사건은 점주가 직접 계약한 인테리어 업체와 유무상 수리에 관한 갈등이 원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숨은 로열티' 차액가맹금...점주들 집단 소송 나서
3일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조원동의 한 주택가에서 경찰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2025.9.3 / 뉴스1
하지만 프랜차이즈 점주 일부는 이 해명이 현실과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지난해 서울시 가맹사업 등록 현황에 따르면 평균 창업비용 1억1300만 원입니다. 이 중 인테리어 비용만 5150만 원, 무려 절반에 달합니다.
또한 프랜차이즈 본사 상당수는 4~5년 주기로 매장 리뉴얼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 마저도 본사가 지정한 업체를 통해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점주 입장에서 합리적 선택권조차 제한됩니다.
실제로 공정위 조사에서 가맹점주의 절반 이상(54.9%)이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주요 불만은 매출 정보 부풀리기, 광고비 전가, 필수품목 강매 등이 꼽혔습니다.
최근에는 원·부재료 공급 마진, 이른바 '차액가맹금' 문제가 대규모 소송으로 번졌습니다. 현재 유명 프랜차이즈 17개 브랜드, 2491명의 점주가 본사를 상대로 반환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소송 중인 점주들은 매출이 늘어도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고, 본사 배만 불린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본사가 원재료를 시중가보다 비싸게 공급해 그 차익을 독점한다"고 주장합니다. 점주들은 이를 "숨은 로열티"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같은 차액가맹금 모델이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표준'처럼 굳어진 상황. 이에 갈등이 더 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미국·일본 등 해외에서는 일반적으로 본사가 브랜드 사용권과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는 대가로 매출의 5~10%를 로열티로 받는 구조로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