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300여 명 수용된 美 폭스턴 시설..."감옥보다 열악했다"
미국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불법 체류 단속을 벌여 300여 명의 한국인 직원이 체포됐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구금된 '폭스턴 이민자 수용소'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열악한 시설로 꼽히며 과밀 수용과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지난 4일 체포된 한국인들은 ICE(이민세관단속국)가 관리하는 조지아주 폭스턴 이민자 수용소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곳은 민간 교정업체 GEO 그룹이 2017년부터 ICE와 계약해 운영 중이며, 정원은 1100명이지만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습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 감찰 보고서에 나온 폭스턴 이민자 구금시설 내부 사진 / DHS
찢어진 매트리스·곰팡이 낀 벽...'우수' 평가라니
미 국토안보부 감찰관실이 2021년 작성한 보고서에는 찢어진 매트리스, 누수, 환기구와 벽에 낀 곰팡이, 벌레, 온수 부족, 고장 난 변기 등 비위생적이고 노후화된 내부 환경이 상세히 기록됐습니다.
수용자들의 세탁·오락 시설 이용이 제한되고 부적절하게 수갑이 채워졌다는 지적도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불과 3개월 뒤 ICE 검사관은 같은 시설에 '우수' 등급을 부여해, 관리·평가 체계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 감찰 보고서에 나온 폭스턴 이민자 구금시설 내부 사진 / DHS
구금자들의 증언은 더 충격적입니다. 한 자메이카 출신 수용자는 "샤워실 바닥 움푹 팬 곳에는 대변, 음모, 침이 뒤섞인 물이 고여 있다"며 "식사에 쓰이는 닭고기 상자에는 '식용 금지'라고 적혀 있었고 음식은 모두 유통기한이 지난 상태였다"고 폭로했습니다.
구금감시네트워크와 엘레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에는 섭씨 32도를 넘는 폭염 속에 16명이 3시간 동안 야외에 방치됐습니다. 음식, 물, 약품은 물론 그늘조차 제공되지 않았으며, 천식 발작을 일으킨 수용자가 30차례 넘게 흡입기를 요구했지만 끝내 받지 못했습니다.
작년에는 57세 수용자가 가슴 통증을 호소했으나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족 연락도 막힌 현실
미국 국토안보부(DHS) 감찰 보고서에 나온 폭스턴 이민자 구금시설 내부 사진 / DHS
이번 단속으로 갑작스럽게 체포된 한국인 노동자들은 가족과 연락하기조차 쉽지 않다고 합니다.
ICE에 생년월일·출신국·등록번호 등 상세 정보를 제공해야만 구금자에게 연락할 수 있고, 구금자는 외부 전화를 직접 받을 수 없습니다. 긴급 메시지 전달 역시 ICE를 통해야 하며 변호사 접견도 사전 서류 제출을 거쳐야만 가능합니다.
폭스턴 시설은 수용 인원을 2900명 이상으로 늘리려던 계획이 있었으나 인권 단체의 반발로 지난 6월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올해 1월 말 실시된 규정 준수 점검에서는 '양호' 판정을 받아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