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7일(수)

"몸매도 유전된다"... 엄마·아빠 뚱뚱하면, 자녀 비만될 확률 5배 더 높다

부모의 비만, 자녀 비만 확률 최대 5배 높인다


부모의 비만 상태가 자녀의 비만 확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5일 대한비만학회가 발표한 '2025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부모의 체질량지수(BMI)가 높을수록 자녀의 비만 확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아버지나 어머니가 2단계 비만 이상일 경우, 자녀의 비만 확률은 무려 5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체질량지수는 개인의 신장과 체중을 기반으로 계산되며, 비만과 과체중을 진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이번 비만 팩트시트는 건강보험공단과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우리나라의 비만 현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자료인데요. 세계보건기구의 아시아태평양 기준에 따라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했습니다.


성별에 따라 다른 부모 비만의 영향


흥미로운 점은 자녀의 성별에 따라 부모 비만의 영향력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남아의 경우 아버지의 비만에 더 큰 영향을 받았는데, 아버지가 2단계 비만 이상일 때 남아의 비만 확률은 5.6배나 증가했습니다.


반면 여아는 어머니의 비만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아, 어머니가 2단계 비만 이상일 경우 여아의 비만 확률은 5.7배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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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보면, 자녀의 비만은 아버지의 비만(2.2배)보다 어머니의 비만(2.7배)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모 모두가 비만일 경우에는 자녀의 비만 확률이 5.9배로 급격히 증가했으며, 특히 여아의 경우 7.0배로 더욱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가족 구성에 따른 차이도 발견되었습니다. 외동아이의 비만 유병률(14%)이 다자녀 가정의 비만 유병률(13.%)보다 높았고, 첫째 자녀의 비만 유병률(15.1%)이 둘째 이상 자녀의 비만 유병률(11%)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대한비만학회는 "부모의 비만이 자녀의 비만으로 이어지는 가족적 연관성이 확인되어, 비만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 건강 불평등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머니의 유전적 영향력이 더 크다


우리나라 전체 성인 비만율은 최근 3년간(2021~2023년) 38.4%로, 성인 3명 중 1명 이상이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아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은 13.8%였으며, 남아는 14세에 28.3%, 여아는 17세에 26.7%로 비만 및 과체중 유병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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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리암 라이트 박사팀이 과학 저널 플로스 유전학(PLOS Genetics)에 발표한 연구에서도 어머니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어머니는 '유전적 양육'(genetic nurture) 과정을 통해 자녀의 체중에 아버지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라이트 박사는 "엄마의 유전자는 자녀에게 직접 전달될 뿐 아니라 양육 환경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 자녀 체중에 간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엄마의 유전자는 물려준 유전 특성 이상으로 자녀 체중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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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어머니의 유전자가 자녀에게 전달되지 않은 경우에도 양육 환경 형성에 영향을 줌으로써 자녀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유전자는 자신의 체중이나 식습관, 임신 중 행동에 영향을 주고, 이는 결과적으로 자녀의 발달과 장기적인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라이트 박사는 "이 연구는 엄마를 탓하자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자녀의 장기적 건강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도록 돕자는 것"이라며, "특히 임신 중 맞춤형 개입으로 엄마의 BMI를 낮춘다면 비만의 세대 간 영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