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정 전 조국혁신당 대변인, 당내 성추행 사건 폭로하며 탈당
조국혁신당 당내 성추행 사건의 파장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당 대변인이었던 강미정 씨는 당내 성비위 사건에 대한 미온적 대응을 비판하며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강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기에 격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 길 위에서 마주한 것은 동지라고 믿었던 이들의 성희롱과 성추행, 괴롭힘, 그리고 그것을 외면하거나 모른 척하던 시선들이었다"며 탈당 이유를 밝혔습니다.
강미정 전 조국혁신당 대변인 / 뉴스1
그러면서 "사건이 접수된 지 다섯 달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당의 피해자 지원 대책은 그 어떤 것도 마련되지 않았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습니다.
충격적인 사건 발생 시점과 배경
특히 지난 4일 밤 YTN 보도를 통해 해당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시점 등이 알려지면서 논란과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시점은 지난해 12월 12일 조국 당시 대표가 대법원에서 2년 실형의 확정판결을 받은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당 관계자들이 '힘내자'는 취지로 노래방에 갔다가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조국 전 대표의 유죄 확정이라는 당의 위기 상황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 큰 비판여론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이후 지난 4월 혁신당 내부에서 당직자 간 성비위 및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공론화됐고, 접수 70여일 만에 가해자 2명은 각각 제명(당적 박탈 및 출당), 당원자격정지 1년 처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강 대변인은 이러한 조치가 너무 늦었으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2차 가해에 노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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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의 고통과 2차 가해
강 대변인은 "그(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는 또 다른 가해가 쏟아졌다"며 "'너 하나 때문에 열 명이 힘들다', '우리가 왜 네 눈치를 왜 봐야 하느냐'는 가혹한 말들이" 있었다고 폭로했습니다.
또한 "당내 성추행 및 괴롭힘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은 지난달 당을 떠났고 해당 사건과 관련해 당 쇄신을 외쳤던 세종시당위원장은 지난 1일 제명됐으며 피해자를 도운 조력자는 '당직자 품위 유지 위반' 징계를 받고 며칠 전 사직서를 냈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지어 "당무위원과 고위 당직자들 일부는 에스엔에스(SNS)에서 피해자와 조력자들을 향해 '당을 흔드는 것들' '배은망덕한 것들'이라고 조롱했다"는 폭로까지 나와 충격을 더했습니다.
조국 원장의 침묵과 논란
강 대변인은 기자회견서 특히 8월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전 대표)이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비판했습니다.
그는 "8·15 사면 이후 당이 제자리를 찾고 바로잡힐 날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제는 더는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실망감을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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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수감된 기간 동안 함께 연대하는 당원들께서 편지로 소식을 전하고, (구치소에서) 나온 후에도 해당 사실에 대해 자세히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8월 15일 전후에도 당의 입장 변화가 없었고, 조 원장으로부터 여태 다른 입장을 듣지 못했다. 침묵도 제가 해석해야 할 메시지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논란이 이어지자 조 원장은 같은 날 SNS를 통해 "큰 상처를 받으신 피해자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면서도 "당시 당적 박탈로 비당원 신분이었던 저로서는 당의 공식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최강욱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의 '2차 가해' 논란
이 사건의 파장은 민주당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조국 원장의 출소 날 배웅까지 갔던 최강욱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이 지난달 혁신당 강연에서 한 발언이 '2차 가해'라는 논란에 휘말린 것입니다.
최 원장은 강연에서 "조국을 감옥에다 넣어놓고 그 사소한 문제로 찍고 박고 싸우는데 제가 솔직히 말씀드려서 한 발짝 떨어져 보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죽고 살 일인가"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남 얘기 다 주워듣고서 지금 떠드는 거예요, 또. 그건 자기 생각이 아니잖아요. 그 개돼지의 생각이지"라는 발언도 했습니다.
최강욱 교육연수원장 / 뉴스1
이에 대해 최 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2차 가해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당사자 폄하가 아니라, 큰 틀에서 단합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비판 여론에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최 원장을 임명한 지 2주 만에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했습니다.
혁신당의 반박과 입장
혁신당은 강 대변인의 기자회견 이후 입장문을 내 "성비위 및 괴롭힘 사건과 관련 당헌·당규에 따라 피해자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한 관련 절차를 모두 마쳤다"며 "피해자 쪽 요청으로 외부기관이 조사를 전담해 진행했고 당 외부인사로 구성된 인권특위 점검도 받았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5일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국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미정 대변인을 포함한 피해자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온전한 피해회복이 이뤄질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지도부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도부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당내 성비위 및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2025.9.5/뉴스1
다만, 조 원장이 사건을 인지하고도 침묵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건 접수 시점에 조 원장은 영어의 몸이었고, 당시 조사와 징계 절차에 책임을 갖고 있는 건 저였다"며 "만약 조 원장이 이와 관련해 저와 상의했다면 그것은 사당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하며 "당헌·당규에 따라 결정한 것에 대해 조 원장과 연관 짓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정치권의 과제
강 대변인은 "오늘 이 목소리가 또 다른 침묵을 깨우는 시작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혁신당은 떠나지만 우리 사회를 혁신하는 길은 결코 버리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당내 갈등을 넘어 정치권 전반의 성인지 감수성과 피해자 보호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당내 발생한 문제를 '분열'과 '위기'로 여겨 덮거나 축소하는 관행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있지는 않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