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통한 전국 마약 유통망 붕괴

경찰이 9개월간의 끈질긴 수사 끝에 해외에서 국내로 마약을 밀수해 텔레그램을 통해 전국적으로 유통한 대규모 조직을 검거했습니다.

4일 대구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베트남 등에서 마약류를 밀수해 텔레그램 채널 3곳을 통해 조직적으로 판매한 혐의로 20대 후반 A씨 등 판매총책 6명과 국내 유통책, 운반책 등 17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와 함께 운반책, 마약류 구매대금 결제대행업자, 마약류 구매자 등 40명도 불구속 입건했으며 베트남 국적 해외 밀수책 1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대구경찰청

이번 수사로 총 57명의 마약 조직원이 검거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 조직은 작년 7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약 1년간 베트남 등에서 들여온 필로폰, 케타민, 합성 대마 등 마약류 70여kg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판매하며 약 60억원의 불법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제 공조를 통한 마약 조직 와해

수사는 지난 1월 마약범죄수사계 직원의 위장 거래로 시작됐습니다.

경찰은 운반책과 베트남 국적의 국내 유통책 2명을 차례로 검거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습니다.

대구경찰청

이후 미국 마약단속국(DEA)과의 공조를 통해 베트남 현지 밀수책을 특정했고 텔레그램사와의 국제공조를 통해 최상선 조직원인 마약류 판매 채널 운영자 6명의 신원까지 파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경찰은 A씨 등 총책 6명을 국내 거주지와 사무실에서 모두 체포했으며 이들의 주거지 등에서 필로폰 등 44만 명이 동시에 투여할 수 있는 양인 마약류 26.6kg(시가 508억원)과 현금 20억원, 10억원 상당의 명품 시계 11점 등을 압수했습니다. 또한 범죄수익 4억5천만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했습니다.

조사 결과 20~30대로 구성된 총책 6명은 사무실 운영, 마약류 판매, 범죄수익 현금화, 운반책 모집·관리, 마약류 매수, 구매자 관리 등 역할을 세부적으로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이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운반책을 모집하고 마약류 판매량 증대를 위해 텔레그램 홍보업자에게 매월 수십만원의 홍보비를 정기적으로 지급했습니다.

정교한 마약 유통 시스템 운영

대구경찰청

이 조직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해외 밀수책, 운반책, 구매자 등과 텔레그램으로만 연락하고 마약 판매 대금은 미리 개설해 놓은 수십 개의 전자지갑을 활용해 가상자산으로 받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습니다.

운반책들은 가족관계증명서 확인 등 신원 검증 절차를 거쳐 채용됐으며 마약류 은닉 방법에 대한 사전교육을 받은 후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이들은 총책의 지시에 따라 야산, 주택가, 아파트 등 전국 2천여 개 장소에 필로폰 등을 미리 숨겨놓고 대금을 보낸 구매자들에게 은닉장소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마약을 유통했습니다.

운반책들은 건당 1만~3만원의 운반비를 가상자산으로 지급받았습니다. 또한 미등록 가상자산 거래업자 4명은 현금으로 받은 마약류 구매대금을 가상자산으로 환전해 총책들에게 전달하는 중간 연결고리 역할을 했습니다.

경찰은 이 조직으로부터 마약류를 구입한 인원이 1천명 이상인 것으로 확인하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구경찰청은 "이번 사건은 운반책뿐만 아니라 유통구조의 정점에 있는 총책 일당을 모두 검거하고 전국에 은닉된 마약류를 수거해 조직을 실질적으로 와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범행에 가담한 이들과 구매자에 대한 추가 수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