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흔적을 지우는 북한, 그 이유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직후 포착된 북한 수행원들의 모습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앉았던 의자와 사용한 컵 등을 말끔히 닦아내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긴 것인데요.
이는 단순한 청소가 아닌 김 위원장의 생체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철저한 보안 조치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Telegram 'Yunashev_Live'
지난 3일(현지 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머무는 댜오위타이(조어대) 국빈관으로 이동해 약 2시간 30분 동안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회담 직후 김 위원장의 경호원들은 김 위원장이 사용한 유리잔을 챙기는가 하면,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김 위원장이 앉아 있던 의자와 탁자도 닦는 모습이었습니다.
X 'noFrontMilitar'
러시아 언론인 알렉산드르 유나셰프(Alexander Yunashev)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에는 이러한 수행원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수행원들은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약 1분간 김 위원장이 앉았던 의자와 주변 가구, 실내 장식 등을 천으로 꼼꼼히 닦았고, 그가 사용한 컵도 신속하게 치웠습니다.
CNN은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의 DNA 정보가 외부에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습니다.
Funcionários norte-coreanos destruíram completamente todos os vestígios da presença de Kim Jong-un na sala em que se encontrou com Putin, na China.
— No Front Militar (@noFrontMilitar) September 3, 2025
Retiraram o copo em que ele bebeu, limparam seu assento e todos os móveis em que ele tocou. https://t.co/MJlL8Lw1oR pic.twitter.com/0VNVLnjxri
특별열차부터 호텔까지, 철저한 생체 정보 보호
김정은 위원장의 생체 정보 보호는 이동 수단에서도 이어집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베이징까지 이동한 특별열차에는 배설물을 통한 건강 상태 파악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전용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8년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도 북한은 김 위원장을 위한 전용 화장실을 운반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호텔 이용 시에는 수행원들이 모발이나 침 등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사용한 모든 식기류에서 체액 등 DNA 정보를 완전히 제거한다고 합니다.
2019년 베트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이동 중이던 김 위원장이 중국 남부 난닝역 플랫폼에서 담배를 피웠을 때의 일화도 흥미롭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피운 담배꽁초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김여정 당시 노동당 제1부부장 / TBS
당시 여동생인 김여정 당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재떨이를 들고 다가가 꽁초를 수거했는데, 이 역시 침이 묻은 담배꽁초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파악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해석됩니다.
서명식 등 공식 행사에서도 북한은 주최 측이 준비한 펜 대신 자체 준비한 펜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지문 채취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있습니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김 위원장이 앉을 의자에 소독약을 뿌리고 등받이, 팔걸이 등을 여러 차례 닦았으며 공중에도 소독약을 분무했다고 합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국가 지도자의 DNA와 건강에 관한 정보는 극도로 민감한 사안입니다.
체액과 배설물 등에서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건강 관련 정보가 유출되면 지도자가 약하거나 병들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 국내 정치와 대중의 신뢰를 흔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체 정보 보호는 북한만의 특별한 조치는 아닙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호원들도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알래스카 회담 당시 배설물을 수거하기 위한 특수 장비를 지참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2017년 프랑스 방문과 빈 순방에서도 유사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나, 크렘린은 이를 부인해 왔습니다.
한편,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지원한 김 위원장에게 감사를 표했고, 김 위원장은 이를 "형제의 의무"라고 화답하며 양국의 우호 관계를 재확인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 방문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도 새로운 회담이 "곧 열릴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