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사이버트럭, 한국 시장 진출 논란
테슬라가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을 한국 시장에 출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 간 지나친 가격 차이로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업계에서는 한국에서 특별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테슬라가 국내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배짱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최근 사이버트럭의 한국 시장 출시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테슬라가 북미 이외 지역에서 사이버트럭을 판매하는 첫 사례로, 2023년 말 미국 첫 출시 이후 약 1년 반 만의 일입니다.
가수 지드래곤(GD) / 뉴스1
사이버트럭은 미국 출시 당시 각진 디자인과 강철 외장 등 독특한 외관으로 화제가 되었으며, 국내에서는 지난해 가수 지드래곤(GD)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이 차량을 타고 등장해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습니다.
테슬라코리아는 2019년 사이버트럭 첫 공개 시 예약금 10만원을 지불한 소비자들에게 이달 4일까지 우선 구매 기회를 제공하고, 5일부터는 일반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고객 인도는 11월 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논란이 된 가격 차별 정책
가장 큰 논란은 가격 책정에 있습니다.
테슬라
테슬라코리아가 이번에 도입하는 사이버트럭은 사륜구동(AWD)과 고성능 '사이버비스트' 두 가지 트림(세부 모델)으로, 미국에서 6만 2490달러(약 8700만원)에 판매되는 가장 저렴한 '롱레인지' 트림은 한국 시장에 출시되지 않습니다.
특히 사륜구동 모델의 경우, 한국과 미국 간 가격 차이가 무려 4400만원 이상에 달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습니다.
테슬라코리아가 공개한 국내 가격은 AWD 모델이 1억 4500만원, 사이버비스트 모델이 1억 6000만원인 반면, 미국 현지 가격은 각각 7만 2490달러(약 1억 90만원)와 11만 4990달러(약 1억 6000만원)입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수입차가 한국에 출시될 때 일부 트림에서만 수천만원의 가격 차이를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며 "사실상 상위 트림인 사이버비스트 모델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테슬라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한국 고객을 쉽게 생각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에서만 승승장구하는 테슬라
테슬라
흥미로운 점은 테슬라가 전 세계 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만 예외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들어 한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32.4% 증가한 2만 6569대를 판매하며 인기를 입증했습니다.
지난 7월에는 월 판매량 7357대를 기록하며 BMW(6490대), 메르세데스-벤츠(4472대)를 제치고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습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테슬라는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다 판매량(2만9750대)을 쉽게 넘어서고, 4만 대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BMW, 벤츠와 함께 '수입차 3강'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테슬라의 판매량이 급감하는 상황과 대조적입니다.
일론 머스크 / GettyimagesKorea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들어 6개월 연속 유럽 시장 점유율이 감소했으며, 특히 지난 7월에는 신차 판매량이 8837대로 전년 동월 대비 40.2% 감소했습니다.
반면 중국 BYD는 같은 기간 1만3503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225.3%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테슬라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8개월 연속 전년 대비 낮은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일본에서도 올해 5600여 대 판매에 그쳤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한국 시장을 사이버트럭의 '재고 처리' 대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 내 판매 부진으로 쌓인 사이버트럭 재고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 출시를 서둘러 결정했다는 분석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사이버트럭은 2023년 11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이 5만2000여 대에 불과합니다.
연간 판매량으로 환산하면 약 2만 대 수준으로, 픽업트럭 수요가 많은 미국 시장에서도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테슬라가 발표한 연간 25만 대 이상 생산 목표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미국 내 분기별 판매량도 ▲2024년 3분기 6692대 ▲2024년 4분기 1만 2991대 ▲올해 1분기 6406대 ▲올해 2분기 4306대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