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4일(일)

숲속에 나라 세운 04년생 청년... '시민권' 준다는 말에 15000명 몰렸다

크로아티아-세르비아 국경지대에 등장한 '베르디스 자유공화국'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사이 도나우강변의 무인 삼림지대에 '베르디스 자유공화국(Free Republic of Verdis)'이라는 '자칭 국가'가 출현해 화제입니다.


베르디스 자유공화국 및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나라'는 2019년 5월 30일 호주 출신 청년 대니얼 잭슨(Daniel Jackson, 20)에 의해 건국이 선포되었는데요.


0005550547_001_20250901094506868.png대니얼 잭슨 베르디스 자유공화국 대통령 / 베르디스 자유공화국 대통령실 홈페이지


공화국 체제와 직접민주주의 방식의 임시정부를 운영 중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재까지 이를 국제적으로 인정한 국가는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베르디스 공화국 측은 자신들의 영토가 크로아티아 독립전쟁(1991∼1995년) 이후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무주지(terra nullius) 상태였기 때문에 건국이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자칭 국가의 영토 규모는 바티칸과 비슷한 수준으로, 주변 지도에는 '포켓 3'이라는 이름으로 표기되어 있다고 합니다.


잭슨은 2023년 10월 직접 국토 정착을 시도했으나 며칠 뒤 크로아티아 경찰에 의해 정착지가 철거되었으며, 이후 크로아티아 정부로부터 영구 입국 금지 조치를 받았습니다.


이에 베르디스 공화국 측은 크로아티아 경찰이 자신들의 영토를 무단으로 침범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강하게 항의하고 있습니다.


인도주의 허브를 꿈꾸는 20살 대통령


0005550547_002_20250901094506908.png베르디스 자유공화국 홈페이지


잭슨은 최근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베르디스를 인도주의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허브 국가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는 현재 '망명지'인 영국 남부 도버에서 화상회의 방식으로 인터뷰에 응했는데요. "베르디스는 내가 14살쯤 됐을 때는 그냥 아이디어에 불과했지만, 내가 18세가 된 후에 우리는 실제로 정식으로 국가를 만들었다"라고 잭슨은 설명했습니다.


인사이트Instagram 'danieljacksonvs'


그는 이 아이디어가 우크라이나에서 인도주의 업무를 했던 지인들로부터 처음 나왔다면서 "우리는 중립국이 되기를 원한다. 우리는 비정부기구(NGO)들에 허브가 되기를 원한다. 우리는 엄청난 인도주의 활동 경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2023년 10월 이후 베르디스 공화국은 현재 '국토'를 실효 지배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토 내 실제 거주민도 없어 웹사이트로만 운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잭슨에 따르면 베르디스 공화국 시민권을 신청한 사람은 지금까지 1만 5,000명에 달하며, 그중 400명은 이미 시민권을 취득하고 실물 여권과 신분증을 받았다고 합니다.


B20250831173502843.jpg베르디스 자유공화국 홈페이지


잭슨은 오는 6일 내무장관 등 다른 베르디스 자유공화국 임시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런던에 있는 크로아티아 대사관 앞에서 '불법 침략'을 규탄하는 집회와 시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편 베르디스와 같이 국가를 자칭하고 주권을 주장하지만 실질적 지배력이 전혀 없고 외교적 인정도 받지 못하는 소규모 사회공동체는 '마이크로네이션(micronation)'이라고 합니다.


한국어로는 '초소형국민체', '초소형국가체', '극소형 국가' 등 다양하게 번역되지만 널리 통용되는 번역어는 아직 없습니다. 이는 영토가 작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마이크로스테이트(microstate)'나 일부 영토에 대한 지배력은 있으나 외교적 인정을 받지 못하는 '미승인국가(unrecognized state)'와는 구분되는 개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