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지역 공무원 이탈 심각... 5년간 80명 떠나
전남 신안군에서 공무원들의 전출과 퇴직이 잇따르면서 행정 공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29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신안군 인사 부서의 한 공무원은 "얼마 전 공무원 임용시험을 통해 채용된 3명이 섬으로 발령 나자마자 그만뒀습니다. 면담도 하고 사정도 해보지만 젊은 직원들을 붙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 공무원은 "다양한 복지 혜택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이들이 많아 인력난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는데요. 특히 가족과 떨어져 홀로 섬에서 생활하거나 장시간 배를 타고 출퇴근해야 하는 어려움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신안군에 따르면 2020년부터 최근까지 5년간 공무원들의 사직과 타 기관 전출은 총 80명에 달합니다.
이 중 타 지자체 임용이나 취업 시험 등을 이유로 사직한 인원이 42명, 전출자는 3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사직자의 90% 이상이 여성 공무원이며, 섬으로 발령받은 지 1개월 이내에 그만둔 인원도 1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력난 해소 위한 노력에도 한계
신안군은 이러한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기간제 근로자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올해에만 158건의 기간제 근로자 채용 공고를 냈으나, 63건은 지원자가 없거나 1명만 지원해 재공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환경미화, 산불감시, 행정보조 등의 분야에서는 60, 70대 주민들이 도로 정비와 청소 업무를 맡는 실정입니다.
신안군 관계자는 "기간제 근로자 채용이 어려워 읍사무소에서 73세 노인이 3년째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안군은 유인도 77개, 무인도 951개 등 총 1028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4개 읍·면 중 압해읍·지도읍·증도면 등 8개 섬만 연륙교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고, 나머지 6개 면은 반드시 배를 이용해야 합니다.
신안군 자료 사진 / 뉴스1
신안군 본청과 직속 기관, 읍·면 등 총 778명(정원 818명)의 공무원 중 배를 타고 출근하는 공무원은 180명에 달합니다.
섬 지역의 특성상 기상 변화가 잦고 배편이 끊기는 일이 많아 출장이나 개인 용무를 위해 육지로 나가는 것도 용이하지 않습니다. 또한 의료시설이 열악해 응급 상황에 취약하고, 문화 생활을 누리기 힘들며, 특히 자녀 교육에 큰 어려움이 따릅니다.
특수지 근무수당 현실화 등 대책 필요
신안군은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직원 복지 혜택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하루 2시간의 육아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는 대상을 '만 5세 이하 자녀'에서 '초등학교 6학년 자녀'까지로 확대했습니다.
임신부 공무원에게는 모성보호 특별 휴가를 통해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읍·면사무소 근무자에게는 관사 제공과 월세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출을 희망하는 공무원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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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은 공무원 인력난이 지방 행정의 위기로 확대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특수지 근무수당의 현실화입니다. 특수지 근무수당은 교통이 불편하고 문화·교육 시설이 부족한 지역이나 근무 환경이 특수한 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에게 특지(6만 원), 갑지(5만 원), 을지(4만 원), 병지(3만 원) 등으로 구분해 지급됩니다.
현재 신안군에서 특수지 근무수당을 받는 공무원은 16개 출장소의 23명에 불과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수당이 2005년 이후 20년 넘게 인상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성 공무원들은 자녀 학습 환경 조성을 가장 큰 바람으로 꼽고 있습니다. 신안군에는 43명의 여성 공무원이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 여성 공무원은 "월요일 오후 출근, 관사 제공 등 혜택도 좋지만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살며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며 "섬 내 보육시설이나 방과 후 학습 프로그램 등과 같은 정책에 정부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