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8일(화)

"한국식 영어" vs "무난한 데뷔전"... 이재명 대통령 통역관 놓고 엇갈린 평가 나와

이재명 대통령의 첫 통역관 데뷔전에 엇갈린 평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정상회담 자체도 중요했지만, 이 대통령 옆에서 통역을 맡은 새로운 얼굴에도 관심이 쏠렸는데요. 바로 조영민(39) 외교부 서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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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고시 47회 출신인 1986년생 조 서기관은 외교부 국제경제국, 주미 한국 대사관 등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7월부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첫 통역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무난했다는 평가와 아쉬움이 교차한 데뷔전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언론과의 즉흥적인 질의응답을 즐기고 의전 프로토콜을 잘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아 통역 난도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럼에도 조 서기관은 무난한 데뷔전을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영어를 주로 사용하는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미주 최대 여성 커뮤니티 미씨유에스에이(MissyUSA)의 한 이용자는 "비영어권 국가간 통역도 아니고, 영어를 쓰는 미국이란 나라를 대상으로 지금처럼 중대한 순간에 대체 어쩌자고"라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발음, 억양, 버벅거림은 둘째 치고 한국 학교에서 배운 전형적인 한국식 영어였다"며 "한국식 직역을 해 귀를 의심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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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통역 '닥터 리' 주목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통역을 맡은 이연향 국장은 미 국무부 소속으로 '닥터 리(Dr. Lee)'라 불리며 25년 경력을 자랑합니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미 국무부 한국어 담당 통역관으로 활동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은 물론 미·북 정상회담 등 주요 외교 행사에서 활약해왔습니다.


2014년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방한,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2022년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 간 정상회담 등에서 미국의 '입과 귀' 역할을 했던 베테랑으로 이번 회담에서도 뛰어나 통역실력으로 주목받았습니다.


통역관 선발 방식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


일각에서는 외무고시를 통과한 외교관들을 통역관으로 내세우는 절차 자체가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통상 대통령 통역관은 외교부가 소수 후보를 올리면 경력과 평판, 실력 등을 따져 낙점하는 식으로 선발됩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공부만 하고 외무고시 통해 외교관 된 사람들이 완벽하게 외국어를 구사하는 건 어렵다"며 "특채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승진 등에서 정통 외무고시파에게 밀린다"는 현실을 알리는 글이 올라와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특별 수행원 자격으로 합류


이번 정상회담에는 주미 대사로 내정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특별 수행원' 자격으로 함께 자리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을 직접 겪은 강 전 장관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으로 보입니다.


강경화 주미대사 내정자 / 뉴스1강경화 주미대사 내정자 / 뉴스1


문재인 정부 외교부 장관이었던 강 전 장관은 1997년 외환위기 때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어 통역을 맡아 '대통령의 통역관'으로 유명세를 탔던 인물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 문 전 대통령과 통화에서 "그 영어 잘하는 장관을 한·미 관계 전면에 내세우라"고 말한 일화가 유명합니다. 


트럼프가 말한 이는 강 전 장관으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CNN 등 강 전 장관의 여러 외신 인터뷰를 인상 깊게 보고 여러 번 직접적으로 극찬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통역관 선발 배경


이 대통령은 정권 인수 기간 없이 6월 대선 승리 직후 곧바로 취임했기 때문에 새 통역관을 선발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에 지난 G7 순방 당시 이 대통령 통역은 윤 전 대통령 통역을 담당했던 김원집 외교부 서기관(국립외교원 4기)이 맡았습니다.


김 서기관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주캄보디아 대사관에 근무하다, 정권교체 직후 긴급하게 잡힌 외교 일정으로 이 대통령 회담팀에 투입됐습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조영민 서기관의 '통역 데뷔전'이 대체로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이지만, 통역관의 역할과 선발 방식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