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헌터스'로 주목받는 김대건 신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헌터스'(케데헌)가 의도치 않게 한국 천주교의 역사적 인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이자 순교자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데요.

김대건 신부 동상 / 레딧

지난 26일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는 '케데헌' OST 중 하나인 '유어 아이돌(Your Idol)'의 노랫말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이 게시되었습니다. 

이 사진은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외벽에 설치된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대리석 조각상이었습니다. 이 조각상은 김대건 신부가 전통 한복인 도포와 갓을 착용한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김대건 신부가 쓰고 있는 갓이 '케데헌'에 등장하는 악령 캐릭터인 '사자 보이스'가 착용한 모자와 유사하다는 점에 흥미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우연한 시각적 유사성이 해외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 최초의 사제, 바티칸에 세워진 아시아 최초의 성상

김대건 신부는 1821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1845년 마카오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조선의 박해를 받다가 1846년, 불과 25세라는 젊은 나이에 순교했습니다.

김대건 신부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그의 숭고한 희생은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인정받아 성인으로 시성되었습니다.

2023년에는 김대건 신부의 순교 177주년을 기념하여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그의 성상이 세워졌습니다. 이는 아시아 성인의 성상으로는 바티칸에 최초로 설치된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이 성상은 높이 약 3.7~3.8m, 무게 6t에 달하는 웅장한 크기를 자랑합니다. 

한국인 조각가 한진섭 작가의 작품으로, 김대건 신부가 한국 전통 의상인 갓과 도포를 입고, 사제의 영대(stola)를 어깨에 두른 채 두 팔을 벌려 세상을 품는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레딧 게시물에 외국 네티즌들은 "교황도 그들의 영향력을 저항할 수 없었나", "좋은 밈이다. 사자보이스 복장이 그(김대건 신부)를 떠올리게 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 등의 재미있는 반응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