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 18년간 방치된 위험 신호
지난해 12월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을 제거할 수 있는 기회가 최소 세 차례 있었으나, 국토교통부의 묵살로 무산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6일 조선일보는 한때 '한화갑 공항'이라 불리며 착공 전까지 정부의 관심을 받았지만, 개항 이후 소홀해진 안전 관리가 '12·3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무안공항 개항 직전인 2007년 한국공항공사는 국토부에 "활주로 끝으로부터 300m 이내 지점에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둔덕이 존재해 기준에 부적합하다"며 "둔덕 경사도 등을 감안할 때 '장애물'로 간주되니 설치기준에 맞게 보완이 필요하다"고 건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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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무안공항 건설이 완료되어 한국공항공사가 인수를 위한 점검을 실시하던 시점인데요. 그러나 당시 노무현 정부의 국토부는 이 건의를 묵살하고 "항공기 안전운행에 직접적 영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공항 운영이 가능하게 하는 '공항운영증명'을 인가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국토부가 이후 18년간 매년 실시한 '공항 운영 검사'에서도 로컬라이저와 둔덕에 대해 문제가 없다며 'S(만족)' 점수를 부여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입니다.
항공 안전 기준 무시한 국토부의 판단
한국공항공사가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둔덕'을 위험한 장애물로 분류하고 보완을 요청한 이유는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는 상황에 대비해 지정된 안전구역인 '종단안전구역'이 매우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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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안전구역은 착륙대 끝으로부터 240m까지 확장이 권고되지만, 무안공항은 199m에 불과해 사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시 국토부가 공사의 의견을 거절하면서 "종단안전구역 내 콘크리트 둔덕은 문제가 없다"고 기술한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그동안 종단안전구역 밖에 위치한 시설의 재질과 형상에 대한 규정은 별도로 없다며, 콘크리트 둔덕이 이 구역 밖에 있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당시 국토부의 거절 의견은 이러한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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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의 관리 부실은 설계 변경 과정에서도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무안공항의 최초 설계 도면에는 로컬라이저 하단의 콘크리트 기초대가 '가로' 형태로 계획되어 있었으나, 실제 시공 과정에서는 '세로' 형태로 변경된 것인데요.
이는 문제가 된 콘크리트 둔덕 생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만, 국토부는 이러한 설계 변경과 관련된 자료 자체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둔덕과 관련해 어떤 논의가 있었고 왜 설계가 변경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깜깜이' 상황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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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부실한 안전 점검과 놓친 개선 기회
국토부는 이후 18년 동안 매년 진행된 '공항 운영 검사'도 부실하게 수행했습니다.
이 검사는 공항시설법과 국토부 고시에 따라 '로컬라이저 시설 및 장비'가 부러지기 쉽게 설치되었는지를 점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사 주체인 국토부는 18년 동안 이 항목에 대해 S(만족) 등급을 부여했습니다.
콘크리트 둔덕을 개선할 기회는 2020년 이후에도 있었습니다. 무안공항은 2020년부터 로컬라이저 개량·교체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초까지 개량 작업을 진행했지만,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는 이 시점에서도 콘크리트 둔덕을 제거하는 대신 상판을 더 보강하는 방안을 선택했습니다.
설계 용역을 발주할 때 'Frangibility(부서지기 쉬움) 확보 방안 검토'라는 문구를 포함했음에도, 실제 설계안 채택 시에는 콘크리트 둔덕을 오히려 강화하는 안을 별다른 검토 없이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