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하우스 아닌 호텔 숙박?... 전례만으로 해석 어려워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두고 국민의힘에서 '전례 없는 의전 홀대'라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문의 성격과 외교 관례, 실제 일정의 맥락을 살펴보면 단순히 의전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지난 25일 야권은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 맞은편 공식 영빈관 블레어하우스 대신 워싱턴 D.C.의 한 호텔에 묵은 사실을 지적하며 "과거 대통령들이 예우받던 공간을 쓰지 못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GettyimagesKorea
문재인·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블레어하우스를 사용했던 전례도 거론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방문은 국빈방문(State Visit)이 아닌 '공식 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이었고, 더구나 미국 국무부는 "블레어하우스는 매년 8월 정기 유지·보수를 위해 문을 닫는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실제로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21년 방미 당시 같은 호텔에 숙박한 사례가 있어, 숙소 문제만으로 예우 격차를 단정 짓긴 어렵다는 반박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공항 영접, 알링턴 헌화 등 의전은 제공돼
공항 영접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 대통령이 미국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때 미국 국무부 애비게일 존스 부의전장이 의전장 대행 자격으로 영접에 나선 것을 두고 야권은 "격이 낮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GettyimagesKorea
하지만 외교부는 "미국 측이 사전에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고, 2018년·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 방미 당시에도 의전장이 아닌 대리가 공항 영접을 맡은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공식 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고, 알링턴 국립묘지에서는 군악대와 의장대의 예우 속에 헌화 행사도 진행했습니다. 실무방문 수준에서 제공되는 주요 의전 절차는 모두 포함됐던 셈입니다.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 방미 의전과 비교해도 큰 차이 없어
지난 2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역시 실무방문 형식으로 미국을 찾았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백악관 회담, 공동 기자회견, 알링턴 헌화, 미 재무장관 예방 등 이재명 대통령과 사실상 동일한 수준의 의전을 받았습니다.
GettyimagesKorea
공항 영접에서도 최고위급 인사가 아닌 차관급 인사가 나왔고, 국빈방문에서만 제공되는 만찬이나 의장대 사열 같은 최고위급 의전은 생략됐습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 방미가 특별히 낮은 의전을 받은 것처럼 볼 근거는 부족합니다. 두 정상 모두 실무방문이라는 형식에 맞춰 외교 관례상 통상적인 수준의 의전을 제공받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전문가 "방문 성과·형식·국제 정세 함께 봐야"
SNS에서는 '역대 최저 수준 의전'이라는 표현이 빠르게 퍼졌지만, 전문가들은 방문의 성격과 시기, 미국 대선 정국 같은 변수를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국빈방문에 비해 의전 격이 낮은 건 사실이지만, 이는 방문 유형과 당시 상황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지, 특정 국가를 의도적으로 홀대한 결과라고 보긴 어렵다는 겁니다.
결국 이번 논란은 외교 성과보다 형식에 치우친 시각이 확대 재생산된 측면이 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Gettyimages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