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2일(금)

"기업 죽이는 악법?"... 11년만에 국회 통과한 '노란봉투법'이 풀어야 할 숙제

노란봉투법, 11년만에 국회 문턱 넘어


국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가로막혔던 '노란봉투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표결에서 재석 186명 중 찬성 183명, 반대 3명이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가결되었는데요.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근거로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으며, 표결 직전 본회의장에서 퇴장했습니다. 


인사이트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186인, 찬성 183인, 반대 3인, 기권 0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5.8.24/뉴스1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 법 제정안이 처음 발의된 2015년 4월부터 시행 시기까지 헤아려보면 근 11년"이라며 "노동3권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더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진일보한 입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우 의장은 "이 법은 공표 후 6개월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며 법안 통과에 반대했던 측도 시행 준비 과정에 참여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노란봉투법'의 유래와 핵심 내용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의 별칭으로, 과거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인해 기업에게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을 때, 시민들이 '노란봉투'에 모금 운동을 했던 것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노동자들의 노동쟁의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시민들이 연대했던 상징적 사건이 법안의 별칭이 된 것입니다.


즉, 이 법안에는 단순한 상징성을 넘어 시민 연대와 노동자 권리 회복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노동자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십억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가 이어질 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운동을 해 이를 지지한 사례는 우리 사회에 강력한 화두를 던지며 '입법'으로 이어졌습니다.


민주노총, 진보당 등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입법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8.24/뉴스1민주노총, 진보당 등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입법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8.24/뉴스1


이처럼 '노란봉투법'은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해 노동자의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 행사가 위축되지 않도록 보장합니다.


구체적으로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해 부득이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노조 또는 근로자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조항과 "사용자는 노조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운영을 방해할 목적 또는 조합원의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손해를 입히려는 목적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신설되었습니다.


특히 제2조에서 사용자의 정의를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라고 규정하며 사용자의 범위를 확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쟁점이 되었던 원청도 하청 직원의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원청 기업에게도 하청 직원에 대한 노사 교섭 의무를 부여하는 등 단체교섭권을 두텁게 보호하도록 하였습니다.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란


이처럼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호하면 필연적으로 사용자 및 기업의 권리행사에 제약이 따릅니다. 실제로 대다수 기업 측에서는 이 법이 지나치게 노동자에게 유리해 정당한 경영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특히 자동차, 조선 등 대규모 제조업 분야에서는 하청업체 노동자들까지 원청과의 단체교섭을 요구할 경우 교섭건수가 크게 늘고 이로인한 법적 불확실성 등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홈페이지 캡처민주노총 홈페이지 캡처


또한, 노조 활동 특히 대규모 파업이 잦아질 경우 기업이 감수해야 하는 손해가 막심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산업 분야에서는 노사 갈등이 심화될 경우 국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에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와 기업의 갈등만큼이나 여야 간 정치적 대립, 논란으로 변질되며 극심한 사회 갈등으로까지 치닫게 되었습니다.


'노란봉투법'의 취지 및 한계


노동3권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며 이에 따른 노동자의 정당한 파업, 단체교섭권의 실질적 보장은 기본권 행사의 중요한 내용으로 보호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로 '노란봉투법'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현실적인 문제점을 모두 간과해버릴 수는 없습니다.


노조의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노동자를 보호하는 반면, 기업들이 경영 리스크와 기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를 온전히 부담하게 되는 것을 뜻합니다.

 

인사이트경제6단체 및 경제단체협의회 구성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정안 수정 촉구 경제계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8.19/뉴스1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보호함에 따라 잦은 파업이 발생할 경우 사회적, 정치적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점과 기업활동 위축으로 인한 국가 경제 및 글로벌 시장에서의 국가산업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도 귀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하청과 특수고용직의 범위와 권리 보장 범주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점 등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도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노란봉투법'의 과제... 노조법의 입법취지 기억해야


숱한 갈등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란봉투법'은 원청-하청의 불평등한 구조와 과도한 손배소로 인한 노동자의 고통 등 지난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정치적 합의로 입법되었습니다.


또 치열한 논의와 진통 끝에 국회에서 통과된 만큼, 법 시행을 6개월 앞둔 현재, 준비 과정에서 차분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노사 양측이 대화를 강화하고 손해배상 한도 설정, 법 적용 범위 명확화 등 미비한 부분과 합리적인 적용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최선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입니다.


인사이트허영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노조법2·3조 개정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8.3/뉴스1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노란봉투법'의 시행을 앞두고 노조법 제1조에 명시된 입법취지를 다시금 기억해야 합니다.


'노란봉투법', 즉 개정된 노조법 역시 노동3권의 보장과 함께 노사간 갈등을 공정하게 조정하여 파업 등을 예방하고 평화롭게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격화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와 기업이 상생하고 국민경제가 발전하게 되는 것, 이것이 '노란봉투법'에 담긴 진정한 의미이자 풀어가야 할 숙제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