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친교 만찬에서 '음식 외교'로 우의 다져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친교 만찬에서 양국의 특색 있는 음식을 통해 화합의 메시지를 나눴습니다.
17년 만에 문서로 합의된 '이재명-이시바 공동발표문' 도출 이후 이어진 만찬에서도 두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습니다.
24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전날(23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 후 약 2시간 동안 공식 친교만찬이 진행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일본 측은 이시바 총리의 '최애' 메뉴인 '이시바식 카레'를 특별히 준비했습니다. '대학 4년간 카레만 먹었다'고 할 정도로 카레를 즐기는 이시바 총리의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선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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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일본 측은 이재명 대통령의 고향을 고려해 '안동소주'와 '안동찜닭'을 준비하는 세심한 배려를 보였습니다.
양국의 화합을 상징하듯 안동소주와 이시바 총리의 고향인 돗토리현 맥주를 나란히 배치한 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만찬 메뉴에는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 '한국식 장어구이'도 포함됐는데, 장어구이 위에 김치를 고명으로 얹어 한일 음식 문화의 조화를 표현했습니다.
후식으로는 이 대통령이 선호하는 과일로 사전에 파악된 '오카야마산 백도'가 제공됐습니다.
정상 부부, 다다미방에서 별도 친교 시간 가져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 대통령은 "(당시 일본의 유명 걸그룹인)캔디즈의 노래를 들으며 카레를 먹는 청년 이시바 총리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이시바 총리가 한국 라면을 좋아한다고 해서 출시된 모든 라면을 다 가져오려고 했지만 부피가 너무 커서 포기했다"고 화답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도 했습니다.
만찬 자리에서 양국 정상은 정치인 가족으로서의 애환, SNS를 통한 대중과의 소통 방식, 각자의 업무 스타일 등에 관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특히 공식 친교만찬 이후에는 이시바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 내외를 별도의 다다미방으로 초대해 식후주를 함께 하며 더욱 친밀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친교 만찬에는 한국 측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주요 참모진이 참석했고, 일본 측에서는 이와야 다케시 외무대신, 나카타니 겐 방위성 방위대신, 다치부나 게이이치로 관방부 장관, 나가시마 아키히사 총리 안보보좌관 등 이시바 총리의 측근 정치인과 관료들이 대거 배석했습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일본 측이 만찬을 통해 한국을 배려하려는 여러 모습이 관찰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만찬은 공식 회담에서 이룬 외교적 성과를 넘어 양국 정상 간의 인간적 유대를 강화하는 자리로서 의미를 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