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8일(화)

"척추측만증 수술 받았다가 8개월째 의식불명 빠진 17살 딸... 병원에서는 퇴원하랍니다"

수술 뒤 의식불명에 빠진 17살 소녀


척추측만증 교정 수술을 받은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10대 환자의 가족이 병원 책임을 묻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병원은 치료가 어렵다며 오히려 퇴원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김주희(17) 양은 선천적 장애를 갖고 있었지만 수영을 배우며 또래 못지않게 활발한 생활을 이어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척추측만증 교정 수술을 받은 뒤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image.pngMBC '뉴스데스크'


수술 후 폐렴이 생겨 기도 삽관과 인공호흡기를 달았는데, 중환자실에서 몸을 뒤척이던 김 양이 삽관 튜브를 스스로 뽑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보통 무의식 환자의 경우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손을 고정하지만, 당시 병원 측은 천을 느슨하게 묶어두고 있었습니다.


"기관절개 필요" 기록 있었지만... 공유되지 않은 정보


의료진은 튜브를 다시 넣기 위해 무려 50분 동안 16차례나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이미 의무기록지에는 김 양의 기도가 좁아 삽관이 어렵고 기관절개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지만, 해당 정보는 처치 과정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뒤늦게 기관 절개가 이뤄졌지만 이미 저산소증으로 뇌 손상이 진행된 뒤였습니다.


현재 김 양은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8개월째 중환자실에 누워 있습니다.


병원 "더 이상 치료 어렵다"...가족 "치료 거부"


김 양의 어머니는 "호흡기 내과 일반실에서 아이를 맡아줄 주치의가 없다는 이유로 병원 측이 퇴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병원은 "의료진의 임상적 판단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며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결국 가족은 지난 4월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의료분쟁 소송 1심은 평균 2년 이상 걸리고, 환자 측 승소율은 1.4%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김 양의 어머니는 "존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치료를 구걸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제도와 병원의 양심이 필요하다"고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의료사고 형사처벌, 연평균 38명 불과"...통계 논란도


한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국민 중심 의료개혁 추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의료사고로 형사재판에 넘겨져 판결을 받은 의료인은 연평균 약 38.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 192명이 대상이었으며, 1심 선고 결과는 벌금형 34.9%, 무죄 28.6%, 금고형 집행유예 22.9% 순이었고, 벌금은 500만원이 가장 빈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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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와 성형외과가 각각 15%대를 기록하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사건이 발생한 기관은 병원과 의원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번 수치가 실제 분쟁 리스크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성남시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발표한 34건은 최종 유죄 확정 판례만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민사소송, 조정·중재, 보험 청구 등 현실에서 훨씬 더 많은 분쟁은 빠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사건 발생 연도와 판결 연도가 혼재돼 추세 비교가 왜곡될 수 있고, 분모 설정이 명확하지 않아 정책 근거로 활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