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4일(일)

동남아 호텔서 '공짜술' 마신 청년... "6명이 죽어, 절대 먹지 말라" 왜?

라오스 호스텔 메탄올 중독 사건, 생존자의 충격적인 경험


라오스의 인기 관광지 방비엥에서 메탄올이 든 음료를 마시고 일시적으로 실명을 경험한 생존자의 충격적인 사연이 공개됐습니다.


BBC 뉴스는 18일(현지시간) 지난해 11월 발생한 메탄올 중독 사망 사건에서 살아남은 칼럼 맥도널드(23)의 인터뷰를 보도했습니다.


칼럼은 투숙객들에게 위스키와 보드카샷 등 무료 주류를 제공하는 호스텔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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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주류를 탄산음료와 섞어 마셨고, 다음날 베트남에 도착했을 때 시력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칼럼은 "눈에 만화경처럼 눈부신 빛이 들어왔다. 베트남 국경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놓인 행정 서류들을 읽을 수 없었다"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식중독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상황은 베트남 숙소에 도착한 후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칼럼은 "친구들과 함께 호텔 방에 앉아있었는데 너무 어두웠다. 친구들에게 '왜 어둠 속에 앉아있냐? 불을 켜야지'라고 말했다. 그런데 불은 이미 켜있는 상태였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메탄올 중독으로 인해 완전히 시력을 상실한 것이었습니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메탄올 중독 위험과 심각성


cocktails-2363151_1280.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Pixabay


다행히 칼럼은 적절한 치료를 통해 현재 시력을 회복했습니다.


그는 "그날 6명이 죽었다. 그 중 2명은 아는 사람이었다"며 "메탄올 중독으로 친구가 죽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방비엥의 한 호스텔에서는 메탄올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술을 마신 후 호주인 2명, 덴마크인 2명, 미국인 1명, 영국인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호스텔 바에서 제공한 술을 마셨으며, 체내에서 고농도 메탄올이 발견되면서 주류에 메탄올이 첨가됐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라오스 경찰은 같은해 11월 25일 해당 호스텔 매니저 겸 바텐더인 즈엉득토안(34)을 포함한 직원 8명을 체포했습니다.


09i6r190rd76e9ma7zjw.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들은 모두 베트남 국적자로 23~44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매일 저녁 투숙객에게 라오스산 보드카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해왔으며, 사망 사건이 발생한 날에도 100여명이 술을 마셨으나 대부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불법 주류 제공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메탄올은 공업용 알코올의 일종으로, 술의 주 성분인 에탄올과 냄새가 유사하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 물질입니다.


체내에 들어가면 급성 중독 및 두통, 현기증,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술의 양을 늘리고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 위해 에탄올 대신 가격이 저렴한 메탄올을 다른 음료에 불법적으로 첨가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인도의 한 마을에서 메탄올로 만든 밀주를 마신 주민 21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베트남 호이안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2명이 메탄올이 함유된 술을 마시고 사망했으며, 같은 해 6월 태국에서도 불법 제조된 술로 4명이 사망하고 33명이 입원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에 따르면 메탄올 중독은 전 세계적인 문제이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률이 가장 높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 인도,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에서 관련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9년 이후 4만명 이상이 메탄올에 중독됐으며, 약 1만 4200명이 사망했습니다.


메탄올 중독의 사망률은 20~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