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7일(수)

'봄비' 부른 '한국 소울 음악의 대부' 박인수 별세... 향년 78세

한국 최초의 솔 가수 박인수, 폐렴으로 별세


'봄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 박인수가 폐렴으로 별세했습니다. 향년 78세.


18일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오랜 기간 알츠하이머 등 건강 문제로 투병해왔으며, 서울 시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폐렴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어 생을 마감했습니다.


AKR20250818052900005_03_i_P4.jpg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제공


박인수는 '한국 최초의 솔(Soul) 가수'라는 타이틀과 함께 독특한 음색과 창법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원로 가수입니다.


1947년 평북 길주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전쟁 중 어머니와 헤어져 고아원 생활을 하다가 열두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되었습니다. 1965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뉴욕 할렘가에서 익힌 솔 창법을 바탕으로 미8군 클럽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파란만장한 음악 인생과 대표곡 '봄비'


박인수의 본격적인 가수 활동은 1960년대 말, 그룹 퀘션스의 객원보컬로 신중현 사단에 합류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1970년에는 신중현이 작사·작곡한 '봄비'를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크게 높였습니다. 이 곡은 원래 1967년 가수 이정화가 불렀던 곡이었지만, 박인수만의 진한 감성으로 재해석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NISI20250818_0001920414_web.jpg채널A


그의 대표곡으로는 '봄비' 외에도 '뭐라고 한마디해야 할텐데', '나팔바지', '꽃과 나비' 등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헤어진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은 '당신은 별을 보고 울어보셨나요'가 인기를 끌면서, 1983년에는 어머니와 극적으로 재회하는 감동적인 사연도 있었습니다.


신중현은 박인수에 대해 "두 손으로 뭔가 쥐어 짜 올리는 듯한 특유의 무대 매너, 거기에 완벽한 흑인 영어 발음 등 그는 그야말로 한국화된 흑인의 솔을 들려줬다"고 평가했습니다.


건강 악화와 마지막 음악 활동


박인수는 1976년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면서 음악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1987년 그룹 신촌블루스의 데뷔 앨범에서 '나그네의 옛이야기'와 '봄비' 두 곡을 부르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img_20250818132525_c60e169a.jpgTV조선 '대찬인생'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저혈당 증세와 파킨슨병 등으로 건강이 악화되면서 오랜 기간 무대에서 활동할 수 없었습니다.


2002년에는 췌장에 생긴 인슐린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고, 잦은 저혈당 쇼크로 인한 뇌손상으로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마지막 녹음 작업은 2013년 재즈 보컬리스트 겸 작곡가 김준이 작곡한 '준비된 만남'이었습니다.


빈소는 서울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며, 유족으로는 아내와 아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