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급 인재의 미국행 급증, 브레인 드레인 우려 커져
세계 각국이 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고급 인력 취업 이민비자를 통해 미국으로 떠나는 한국인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의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 15일 매일경제는 김종민 무소속 의원이 발표한 미국 국무부 통계 분석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EB1·EB2 비자를 발급받은 한국인은 584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2017년 6100명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EB1·EB2 비자는 반도체 엔지니어, 의료인 등 과학기술 분야의 고학력·고숙련 인재들에게 가족까지 포함해 영주권을 취득할 기회를 제공하는 비자입니다.
한국의 두드러진 인재 유출, 그 원인은?
특히 한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고급 인재 유출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EB1·EB2 비자 발급 인원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11.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일본(0.66명), 중국(0.96명), 인도(0.88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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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인재 유출이 많다고 평가받는 대만(6.41명)과 싱가포르(3.33명)도 한국보다는 현저히 낮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정부는 해외 인재 유치를 통해 국내 인재 유출을 상쇄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무총리 주재 제3차 인재양성전략회의에서 'K-테크 패스'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해외 인재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최대 10년간 근로소득세 50% 감면, 자녀의 외국인학교 정원 외 입학 허용, 전세대출 및 보증 한도를 현행 2억 원에서 내국인 수준인 5억 원까지 확대하는 등의 지원책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정부는 세계 100위 이내 상위권 대학 석사 이상 고급 인재들이 국내에 정착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취업이 확정되지 않아도 구직비자(D-10)로 2년간 자유롭게 취업 탐색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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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해외 인재 유치 노력과 한계
하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미미한 상황입니다.
정부가 해외 인재 유치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1000명의 해외 인재를 유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올해 4월 2일 첫 시행 이후 6월 말까지 석 달간 비자 발급 건수는 21건에 그쳤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13일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청년 과학기술인 지원과 석학 및 신진급 해외 인재 2000명 유치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산업계에서는 해외 인재 유치 프로젝트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욱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김덕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외국인 정주형 특화도시 조성'과 기업의 투자 계획과 인재 유치 전략을 연계한 통합 유치 플랫폼 구축 등을 제안했습니다.
김종민 의원은 "대학 교육 시스템, 인재 확보 정책, 이공계 보상 체계 개선, 도전적 연구개발(R&D) 체계 확립 등 복합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며 "인재 확보 기관인 'K-인재확보본부'를 신설하고, 첨단 산업 인재 육성과 유치·정착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국가 차원의 인재 확보 총력전을 펼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