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8일(화)

알바생 '부탁' 들어줬다가 한 순간에 '전과자'된 식당 사장님

근로계약서 미작성, 근로자 요청해도 법적 책임 피할 수 없어


대전지방법원이 근로자의 요청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벌금 50만 원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은 최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업주 A씨에게 벌금 50만 원과 1년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대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1월 직원 B씨를 고용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사업주와 근로자 간의 특수한 상황과 법원의 판단


조사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바로 당시 신문사 인턴 기자로 근무하던 B씨가 해당 신문사의 '겸직 금지 규정' 때문에 스스로 근로계약서 작성을 원하지 않는다고 A씨에게 요청했던 것입니다.


이전에 채용한 다른 직원과는 정상적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던 A씨는 B씨의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여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직원의 요청 때문이었으며, 법 위반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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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교부하지 않은 이상, 교부하지 않는 행위에 대한 인식과 고의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제17조는 강행법규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근로계약서를 작성 및 교부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적인 사유들을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고 명확히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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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근로계약서 미작성 및 미교부에 근로자의 동의가 있다거나, 더 나아가 그것이 근로자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고의가 부정된다거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직원의 요청에 따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정황을 감안해 벌금형의 집행을 유예했습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근로자의 요청이 있었더라도 근로계약서 미교부 행위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한 사례"라며 "인력난이 심해 직원의 사정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영세자영업자들일수록 더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