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2일(금)

여천NCC 위기 일단락·한화 DL 갈등 봉합... 구조적 문제, DL의 저가 거래 때문?

DL의 저가 거래, 여천NCC 손실 키웠나


여천NCC가 한화그룹과 DL그룹 양측의 자금 투입으로 당장의 부도 위기를 넘겼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DL의 저가 거래 관행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한화 측 주장에 따르면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여천NCC가 시세보다 낮게 판매한 거래 규모는 총 1006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DL케미칼과의 거래에서만 962억 원이 발생했는데, 에틸렌 489억 원, C4R1 361억 원, 이소부탄 97억 원 등 기초 원료가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한화 측은 밝혔습니다. 


image.png여천NCC / 사진=여천NCC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주장이 단순한 해명이 아니라 구체적 근거를 갖춘 지적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고 평가했습니다.


DL은 '하방 캡(가격 하락 한도)'을 설정해 원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 했다고 항변하고 있으나, 이는 곧 여천NCC의 손실을 전가하는 구조로 귀결됐습니다. 결과적으로 DL은 자사 이익을 지키는 대신 공동법인의 재무 건전성을 훼손한 셈이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한화, 더 큰 책임감으로 경영 안정성 강조


한화솔루션은 매출의 3분의 2 이상이 에틸렌 기반 범용 소재에서 나오며, 연간 약 100만 톤을 여천NCC로부터 조달하고 있습니다. 반면 DL케미칼의 에틸렌 조달 규모는 40만 톤에 불과하고, 매출의 60%가 스페셜티 제품에서 발생해 NCC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이 같은 구조적 차이는 양측의 태도 차이를 설명합니다. 한화는 여천NCC의 안정성이 곧 자사 주력 사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경영 정상화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천NCC가 한화에 갖는 무게감은 DL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한화가 보다 큰 책임감을 갖고 위기 해소에 나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공동 운영 구조의 허점, 업계에 던지는 교훈


여천NCC의 이번 사태는 단순한 '네 탓 공방'이 아니라 공동 운영 모델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건으로 해석됩니다. 


모회사가 원료를 낮은 가격에 가져가면 여천NCC의 수익성은 훼손되고, 반대로 모회사의 수익성은 높아지는 불균형 구조가 문제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결국 두 대주주가 각자의 이익을 우선시한 결과, 공동 법인이 외부에 유동성 위기를 노출하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통해 향후 석유화학 업계의 합종연횡 논의에 있어 '공동 운영 구조의 책임 배분'을 보다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DL / 뉴스1뉴스1


특히 한화의 경우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의 방산·에너지·화학 사업을 아우르는 체질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여천NCC의 안정화는 그룹 전체 전략과 직결되는 핵심 과제로 평가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공급 과잉 속에서 한국 석유화학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초소재 경쟁력과 공동사업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화가 보여준 책임 있는 태도가 향후 업계의 모범적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