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7일(수)

인류, '이 습성' 때문에 알코올 분해력 40배 높게 진화했다

인류의 '술 유전자' 진화 비밀, 발효 과일에 있었다


인류가 술에 강한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약 1000만년 전 우리 조상들이 땅에 떨어진 발효 과일을 꾸준히 섭취하면서 알코올 분해 능력이 40배나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와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지난달 31일 국제학술지 '바이오사이언스'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2015년 발표된 '인간과 아프리카 유인원의 공통 조상에서 알코올 대사 능력이 40배 향상됐다'는 연구의 후속 결과로, 구체적인 행동 원인을 최초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img_20211011102155_o1cg937g.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진은 야생에서 오랑우탄, 침팬지, 마운틴고릴라, 서부고릴라의 식습관을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 침팬지와 고릴라 종들은 땅에 떨어진 발효 과일을 정기적으로 주워 먹는 반면, 오랑우탄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행동을 '스크럼핑(scrumping)'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가져온 진화적 이점


연구를 주도한 다트머스대 나다니엘 도미니 인류학과 교수는 "과학자들이 이런 행동을 꾸준히 관찰해왔지만, 이를 지칭하는 용어가 없어 그 중요성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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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견은 2015년 유전자 연구 결과와도 일치합니다. 당시 연구에서는 오랑우탄 등 다른 영장류와 달리 아프리카 유인원의 알코올 분해 효소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알코올 분해 능력의 향상이 아프리카 유인원에게 여러 생존 이점을 제공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우선 땅에 떨어진 발효 과일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게 되면서 나무 위의 덜 익은 과일을 두고 다른 원숭이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또한 체구가 큰 유인원들이 위험한 나무 타기를 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침팬지는 하루에 약 4.5kg의 과일을 섭취합니다. 연구진은 이들이 상당량의 알코올을 섭취하고 있으며, 만성적인 저농도 알코올 노출이 침팬지 생활의 핵심이자 인간 진화의 주요 원동력이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인류의 음주 문화도 유인원에게서 물려받았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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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 교수는 "약 1000만년 전 고릴라, 침팬지, 인간의 공통 조상이 스크럼핑을 했던 것이 오늘날 인간이 알코올을 놀랍도록 잘 소화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며 "우리는 술 제조법을 발견하기 훨씬 이전부터 알코올을 대사하도록 진화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인트앤드루스대 캐서린 호바이터 교수는 인간이 유인원으로부터 음주의 사회적 측면 역시 물려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는데요. 호바이터 교수는 "친구들과 맥주 한잔을 하거나 큰 모임에서 술을 마시는 것처럼, 알코올과 우리 관계의 기본적인 특징은 '함께 마시는 것'"이라며 "발효 과일을 함께 먹는 행동이 유인원의 사회적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것이 다음 과제"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