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2일(금)

李대통령 "이자 놀이 그만" 경고에... 은행들, 기업대출로 급선회

이재명 대통령의 '이자 놀이' 경고, 은행권 전략 대전환


"손쉬운 주택 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 이자 수익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금융권을 향해 던진 이 한마디가 은행가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취임 후 처음으로 은행권을 직접 겨냥한 이 발언은 금융계에 강력한 메시지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안전한' 영업 전략을 펼쳐온 은행들이 이제 기업대출과 벤처·혁신기술 투자로 방향을 급선회하는 모습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 뉴스1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역대 최대 실적의 그늘, '이자 놀이' 논란


앞서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올해 상반기에 순이익 10조3254억원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동기(9조3456억원)보다 10.4%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 중 이자이익은 21조9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습니다.


KB국민은행은 2조18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2%나 급증했고, 신한은행은 2조2668억원(10.4% 증가), 하나은행은 2조851억원(19.1% 증가)의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우리은행만 1조55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6% 감소했습니다.


이런 실적 뒤에는 주택담보대출 확대가 있었습니다. 지난 2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78조463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4조원 이상(4.2%) 늘었습니다. 


사진 = 인사이트 사진 = 인사이트 


반면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64조730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5011억원(0.4%)만 증가했습니다. 주담대와 중소기업대출의 증가 폭 차이는 무려 10배 이상에 달합니다.


기업대출로 방향 전환, 생산적 금융으로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경제 파이를 키우려면 금융기관도 건전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 주택담보대출만 확대하는 '이자 놀이'에 매달릴 수 없다"며 금융권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대통령의 경고 이후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영업 전략에서 벗어나 기업대출과 벤처·혁신기술 투자로 방향을 전환하는 모습입니다.


KB국민은행은 "하반기에는 기업대출 부분에서 연간 6~7%대의 여신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라며 "우량 자산 위주로 성장 기조를 유지하면서 중소 법인의 고객 기반을 강화하고, 소호 쪽은 업종과 지역별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 =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 = 인사이트


신한은행도 "하반기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기업대출 시장에서의 자산 성장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생산적인 자금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고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하나은행은 하반기 소호·기업대출 특판 한도를 늘리고 금리 혜택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우리은행은 공급망금융 플랫폼 '원비즈플라자'의 가입 기업을 10만 곳까지 늘리고, 녹색·디지털 전환기업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은행권의 고민, 자산 건전성 악화 우려


그러나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무리하게 늘릴 경우 자산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5월 말 기준 은행 기업대출 연체율은 0.77%로 전월보다 0.09%p 상승해 약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95%로 주택담보대출(0.32%)보다 3배 가량 높습니다.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이에 은행권에서는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기업대출에 적용되는 RWA 가중치 하향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습니다.


금융당국, 생산적 금융 확대 위한 규제 완화 추진


금융당국도 은행들의 기업대출 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협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융회사가 생산적 투자에 책임감 있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장애가 되는 법 제도, 규제, 회계, 감독관행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과감하게 바꾸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특히 은행들이 기업대출이나 벤처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대출 위험가중자산(RWA) 제도 개선 등 건전성 규제 완화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인사이트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출범 기념 현판식 행사에서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5.7.30/뉴스1(금융위원회 제공)


권 부위원장은 "시대 여건에 맞지 않는 위험가중치 등 건전성 규제를 포함해 전반적인 업권별 규제를 살펴보고 조속히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금융당국은 100조원 규모의 '국민 펀드'를 구상 중인데, 이 중 50조원은 산업은행이, 나머지는 은행과 연기금, 민간 자금을 매칭하는 구조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AI 등 미래 첨단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영업 이익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 투자 등에 힘쓰라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와 규제 완화 움직임 속에서 은행들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