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에서도 빛나는 '하우스 오브 신세계'의 미식 열풍
"대기 54팀? 경기 불황 맞아?"
강남 신세계백화점 지하 1층, 금요일 저녁 6시. 일본 장어덮밥 전문점 '키쿠카와' 앞에서 한 고객이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립니다.
경기 침체로 외식 인구가 급감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는 가운데, 이곳만큼은 '불황'이라는 단어가 무색해 보입니다.
정유경 신세계그룹 회장이 기획 기간만 3년을 들여 야심차게 선보인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개장 1주년을 맞은 지금까지도 뜨거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신세계의 취향과 안목이 깃든 곳"이라는 슬로건처럼, 이곳은 단순한 백화점 식당가를 넘어 새로운 미식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사진=신세계백화점
최고의 맛집들이 모인 프리미엄 푸드홀
하우스 오브 신세계의 가장 큰 특징은 '유통업체 최초' 입점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레스토랑들의 집합입니다. 38년 만에 처음으로 2호점을 낸 강남의 유서 깊은 초밥집 '김수사',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일본 장어덮밥 '키쿠카와'의 국내 첫 매장이 자리 잡았습니다.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레스토랑도 눈에 띕니다. 용리단길의 인기를 견인한 남준영 셰프의 '키보 아츠아츠'가 유통업체에 최초로 문을 열었고, 예약이 어려기로 유명한 성수동의 '바위파스타바'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신세계 한식 연구소가 개발한 모던 한식 다이닝 '자주한상' 역시 하우스 오브 신세계에서 첫선을 보였습니다.
미가훠궈 / 사진=인사이트
중국 전통 훠궈 맛집 '미가훠궈'와 '고량주관', '윤해운대갈비', '혼', '미도한우함박', '타치바나' 등 유명 고급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어 취향에 맞는 미식 경험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맛집'들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는데요. 지난 18일 금요일 저녁 6시께 입점한 대부분의 매장들은 10팀~20팀 이상 웨이팅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키쿠카와'는 예약팀이 54팀에 달했고, '김수사'는 예약자 초과로 더 이상 웨이팅 손님을 받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대다수 고객은 1시간 이상 기다리며 입점 매장들 한가운데 비치된 안락한 소파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습니다.
사진=신세계뉴스룸
와인 애호가들의 천국, 와인셀라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고객들은 주변을 둘러보기도 했는데요. 아트리움에서 한 층 올라가면 400평 규모의 와인 전문관 '와인셀라'가 펼쳐집니다.
이곳은 단순한 '숍(가게)'이 아닌 '셀라(저장고)'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신세계가 직접 큐레이션한 5,500여 종의 주류를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와인셀라의 가장 큰 특징은 희소성입니다. 전체 주류 중 절반 가량이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최고급 주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크리스탈의 90년대 샴페인, 스크리밍 이글의 화이트 와인, 톤도니아의 로제 와인 등 와인 마니아들이 탐내는 희귀 빈티지들이 가득합니다.
구매한 와인을 곧바로 시음할 수 있는 프라이빗 다이닝룸도 마련되어 있으며, 와인 클래스를 위한 러닝 랩도 준비되어 있어 와인 애호가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진=신세계뉴스룸
백화점과 호텔의 경계를 허물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총 3개 층, 2,200평 규모로 조성되었습니다.
기존 백화점 푸드홀의 개념을 완전히 뒤엎은 이곳은 빽빽하게 들어찬 테이블 대신 호텔 라운지 같은 여유로운 공간 배치, 은은한 조명과 예술 작품들로 가득한 인테리어가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방문한 고객들 중심으로 "여기에 이런 곳이 있었는지 몰랐다", "백화점 식당가, 푸드홀과는 완전히 다르다", "유명 맛집 다 모아놨다", "인테리어, 조명도 럭셔리해서 호텔 로비에서 웨이팅하는 것 같다" 등 큰 호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진 = 인사이트
불황 속에서도 빛나는 성공, 매출 141% 신장
하우스 오브 신세계의 성공은 숫자로도 증명됩니다.
개점 1년이 되는 지난달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하우스 오브 신세계' 매출은 전년 대비 141% 신장했습니다.
객단가는 3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는 신세계백화점 13개 점포 식당가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여준 것입니다. 특히 전 점 평균 대비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매 이력이 없던 신규 고객 수도 전년 대비 61% 증가했으며, 절반 이상이 20~30대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외국인 매출도 24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 / 사진=신세계그룹
특히 영업시간을 기존 오후 8시에서 오후 10시로 늘린 전략이 주효했습니다.
오후 6시 이후 매출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같은 시간대 강남점 일반 식당가(11층)의 비중(30%)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와 연결된 디저트 전문관을 함께 찾은 고객 비중은 74%에 달했으며, 디저트뿐만 아니라 다른 카테고리까지 포함한 연관 매출이 27% 늘어 강남점 전체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었습니다.
불황 속에서도 하우스 오브 신세계의 성공은 단순한 '맛집 모음'이 아닌, 공간과 경험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제시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유경 회장의 안목과 취향이 담긴 이 공간은 앞으로도 서울의 새로운 미식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