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시청과 우울증의 충격적 연관성 밝혀져
혼자서 식사를 하면서 먹방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일상이 된 현대인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 연구팀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먹방 시청 빈도가 높을수록 우울증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팀은 지난해 '먹방·쿡방·술방 시청과 식생활 인식 및 건강행태 조사'에 참여한 20~64세 한국인 1210명을 대상으로 먹방 시청 습관과 우울증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1년간의 먹방 시청 빈도에 따라 '시청 안 함', '주 1~2회 시청', '주 3회 이상 시청' 세 그룹으로 나누어 우울증 발생률을 비교했습니다.
우울증 진단은 9개 문항으로 구성된 심리평가 척도를 활용해 10점 이상을 우울증으로 정의했습니다.
먹방 시청 빈도가 높을수록 우울증 위험 최대 2.8배 증가&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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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을 주 3회 이상 시청하는 그룹의 우울증 유병률은 34%로, 전혀 시청하지 않는 그룹(15%)에 비해 2.8배나 높았습니다.
주 1~2회 시청하는 그룹도 21.8%의 우울증 유병률을 보여, 시청하지 않는 그룹보다 1.9배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체 연구 대상자의 평균 우울증 유병률인 18.4%를 크게 웃도는 결과입니다.
특히 먹방을 주 3회 이상 시청하는 사람들은 중등도 우울증이 발생할 위험이 2.95배, 중증 우울증이 발생할 위험이 2.8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위험은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따라 차이를 보였는데,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그리고 젊은층(20~40세)보다 중장년층(40~64세)에서 더 두드러졌습니다.
여성의 경우에는 주 1회 이상 과식이나 폭식 경험이 있는 그룹에서 먹방 시청 빈도가 높을수록 우울증 유병률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먹방 시청이 불건강한 식습관과 정신건강 문제를 동시에 악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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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시청의 심리적 영향과 악순환 메커니즘
연구팀은 먹방 시청이 우울증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흥미로운 설명을 제시했습니다.
겉으로는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에게 '가상의 동반자'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방적인 관찰자 위치에 머물게 함으로써 진정한 사회적 상호작용이 결여된 채 심리적 고립감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미 우울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먹방과 같은 강한 감각적 자극을 제공하는 콘텐츠에 더 쉽게 끌리게 되는데, 이는 실제 문제 해결이 아닌 회피 수단으로 작용하여 감정 조절 실패와 미디어 과의존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연구를 이끈 최윤주 박사는 "먹방을 자주 보는 사람들은 식사 행동이 왜곡되면서 과식과 폭식을 따라 하게 되고 결국 우울증도 더욱 심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먹방 시청이 단순한 시각 자극을 넘어 자기 비하와 몸의 이미지 왜곡, 식사 후 죄책감 등 복합적 심리 반응을 유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먹방 시청 빈도가 증가하는 것이 단순한 미디어 소비 습관을 넘어 정서적 고립, 식이장애, 정신건강 이상의 경고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따라서 자신의 미디어 소비 패턴과 최근의 식사 습관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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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BMC 정신의학(BMC Psychiatry)'에 최근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