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성별 결정, 단순한 확률 게임이 아니었다
일부 가정에서 아들만 여러 명 태어나거나 딸만 연달아 출산하는 현상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일부 여성들은 생물학적으로 특정 성별의 자녀를 가질 확률이 더 높게 결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vN '산후조리원'
또한 첫 임신 나이나 자녀 수도 성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지난 18일(현지 시간)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 T.H.찬 공중보건대학원 연구팀은 1956년부터 2015년까지 두 명 이상의 자녀를 출산한 미국 여성 5만8007명의 출생 기록 14만6064건을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되었습니다.
성별 패턴과 유전적 요인의 상관관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녀가 두 명인 가정에서는 아들과 딸이 각각 한 명씩 있는 경우가 같은 성별의 자녀만 있는 경우보다 더 흔했습니다.
그러나 자녀가 세 명 이상인 가정에서는 오히려 같은 성별의 자녀만 있는 경우가 성별이 섞인 경우보다 더 일반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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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태아의 성별은 정자의 성염색체(X 또는 Y)에 의해 결정되며, 이는 매번 독립적인 사건으로 50대 50의 확률을 가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특정 여성들에게서는 자녀의 성별이 균등한 확률로 결정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아들 셋을 둔 어머니는 넷째도 아들일 확률이 61%에 달했고, 딸 셋을 둔 가족은 넷째도 딸일 확률이 58%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확률 이상의 패턴이 존재함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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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출산에는 생물학적 요인뿐만 아니라 문화적 요인도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원하는 성별의 자녀가 생길 때까지 출산을 계속하거나, 아들과 딸을 각각 한 명씩 갖게 되면 더 이상 출산을 시도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화적 요인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마지막에 낳은 자녀'를 분석에서 제외했음에도 성비 불균형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출산 나이와 유전자 변이의 영향
연구에서는 첫 아이를 28세 이후에 출산한 여성이 23세 이전에 출산한 여성보다 한쪽 성별의 자녀만 가질 확률이 13%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들 중 7000여 명의 유전체를 분석하여 특정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 변이도 확인했습니다. 딸만 둔 여성들은 10번 염색체에 위치한 'NSUN6' 유전자에 특정 변이가 있는 경우가 많았고, 아들만 둔 여성은 18번 염색체의 'TSHZ1' 유전자에 특정 변이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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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이 유전자들은 지금까지 생식과 직접적인 관련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2024년에도 10번 염색체에 있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난자 수정 과정에 영향을 주며, 이런 변이가 있으면 딸을 낳을 확률이 10%P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당시 연구를 진행한 장잔즈 미시간대 교수는 "더 많은 바이오뱅크들이 구축됨에 따라, 출생 시 성비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변이들이 추가로 발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