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이름에 담긴 특별한 의미와 650개의 종 컬렉션
서울 한복판, 제약회사 종근당 본사에는 남다른 보물이 있습니다.
바로 650여 개의 종 컬렉션인데요. 이 종들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닌, 회사의 이름과 창업 철학이 담긴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종근당의 창업자 고(故) 이종근 회장은 1941년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에서 ‘궁본약방(宮本藥房)’을 열며 제약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1946년, 자신의 이름 ‘종근’에서 따온 ‘종근당(鍾根堂)’으로 사명을 변경했는데, 여기서 ‘당(堂)’은 전통 한의학에서 약방을 뜻하는 말로, ‘종근의 약방’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故 이종근회장 / 종근당
세계 각국의 종을 모으게 된 특별한 계기
이 회장은 자신의 이름에 들어간 ‘종(鐘)’ 자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고, 이를 계기로 전 세계의 종(鐘)을 수집하게 됩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미국 등지로 출장을 다니며 현지 골동품상과 벼룩시장을 돌아다니거나, 해외 파트너로부터 선물로 받은 종들을 모아 약 650점에 달하는 방대한 컬렉션을 완성했습니다.
이러한 수집품은 현재 서울 충정로에 위치한 ‘고촌 이종근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회장의 집무실을 재현한 공간과 함께 종근당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다양한 전시물도 함께 마련돼 있습니다.
이 회장은 기업의 심볼에도 종의 형태를 반영했고, 종의 깊고 울림 있는 소리를 TV 광고에 활용하며 ‘종근당’이라는 브랜드를 대중에게 강하게 각인시켰습니다.
그의 종에 대한 사랑은 기업 활동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종근당은 1986년 아시아경기대회와 1988년 서울올림픽의 공식 후원사로서 기념 종을 제작해 기증했고, 이 회장은 생애 마지막에는 높이 3.9m, 무게 23.6톤에 달하는 ‘엑스포 대종’을 제작해 1993년 대전 세계박람회에 기증했습니다.
고촌이종근박물관 / 종근당
종 컬렉션에 담긴 기업 가치와 철학
종근당 본사에 전시된 종 컬렉션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기업의 정체성과 가치를 상징합니다.
전통적으로 종은 시간을 알리고, 사람들을 모으며, 중요한 소식을 전하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종근 회장은 이러한 종의 상징성에서 기업의 사명감을 떠올렸고, 자신의 이름에 들어간 ‘종(鐘)’ 자를 시각화한 종 모양을 회사의 심볼로 사용했습니다.
종근당은 창업 이래 국민 건강 증진에 힘써 왔으며, 1968년에는 항생제 성분인 클로람페니콜의 국산화와 함께 국내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하며 한국 제약 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를 통해 일본, 미국 등에 수출하게 되었고, 한국 의약품 수출의 효시가 되었습니다.
이는 마치 종이 울려 중요한 소식을 전하듯, 질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기업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성취이기도 했습니다.
고촌이종근박물관 / 종근당
종근당, 전통을 지키며 미래로 나아가는 기업
현재 종근당은 창업 84주년을 넘어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2024년 연결 기준으로 종근당은 매출 1조 5,864억 원, 영업이익 995억 원, 당기순이익 약 1,108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주요 제약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핵심 가치는 여전히 창업자의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종근당 본사에 전시된 650여 개의 종 컬렉션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회사의 역사와 철학이 담긴 살아있는 유산입니다. 특히 이 종 컬렉션은 서울 충정로 본사 2층에 위치한 고촌 ‘종근당 종 박물관’에서 직접 관람할 수 있으며, 일반인도 사전 예약을 통해 견학이 가능합니다.
이 종들은 방문객들에게 종근당의 이름에 담긴 특별한 의미와 창업자의 비전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오늘날 종근당은 바이오의약품, 신약 개발 등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창업자 이종근 회장의 정신과, 그가 모은 650개의 종이 전하는 메시지가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종소리처럼 멀리 퍼지는 건강과 치유의 메시지, 그것이 바로 종근당이 지향하는 가치입니다.
고촌이종근박물관 / 종근당